“요즘엔 노래도 몇 초만 듣고 말잖아요. 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 고민했어요.”
세 번째 미니음반 ‘멍청이’를 들고 돌아온 가수 임창정은 이렇게 밝혔다. 3분짜리 노래도 길다고 외면받는 시대. 정규음반만 17장 발표한 중견 가수의 뚝심이 돋보였다. 8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만난 임창정은 “기승전결을 살려서 노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멍청이’는 임창정이 1년3개월 만에 내놓는 신보다. 그는 지난해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 출연하고, 걸그룹 미미로즈를 제작하는 등 부업으로 바빴다. 임창정은 “친구들(신인 걸그룹)을 만들어야 하고 사업도 해야 해서 곡을 많이 쓰기가 어려웠다”며 “미니음반을 먼저 내고 이후 신곡을 추가해 정규음반을 꾸릴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음반엔 타이틀곡 ‘멍청이’ 등 신곡 4개와 연주곡 1개가 실린다.
음반은 수많은 이변 끝에 탄생했다. 임창정은 ‘멍청이’ 한 곡만 11번 녹음했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곡을 썼는데도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감정 이입을 충분히 못 한 것 같아” 녹음을 거듭한 결과다. 그는 “이전에는 후렴을 한 번만 녹음해서 노래 여기저기에 붙였지만, 이번엔 노래 전체를 녹음했다”며 “후렴마다 느낌이 다 다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타이틀곡을 고르는 과정도 색달랐다. 소속사 직원 등 100여명에게 타이틀곡 선정을 맡겼더니, 이전과 달리 자신이 원한 노래가 선택받지 못한다고 했다. “저는 노래 ‘그냥 좋은 날’을 밀었는데…. 감이 떨어졌나 봐요. 하하하.”
‘멍청이’는 록 느낌이 나는 발라드곡이다. 임창정은 “연인은 물론,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게) 있을 때 잘하자고 말하는 노래”라며 “돌아보면 내가 단 한 순간도 멍청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에서 연 단독 콘서트에서 ‘멍청이’를 먼저 공개했다. 반응은 엇갈렸다고 했다. ‘임창정스럽다’ ‘멜로디가 올드하다(예스럽다)’ 등 호불호가 나뉘었다고 한다. 그래도 임창정은 기죽지 않았다. 그는 “이제 내가 생겨 먹은 모습”이라며 “팬들도 그 자체를 즐겨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창정은 신보 발매에 이어 사업으로도 발길을 넓힌다. 자신의 히트곡 ‘소주 한 잔’ 제목을 딴 소주를 오는 22일 출시한다. 그래도 고향은 음악이다. 그는 “언제가 마지막이어도 오래 활동했다. 그 자체로 행복하고 감사하다. 나는 행운아”라며 웃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