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치료, 이젠 약 대신 앱으로…디지털치료기기 첫 허가

불면증 치료, 이젠 약 대신 앱으로…디지털치료기기 첫 허가

15일 에임메드 ‘솜즈’ 디지털치료기기로 국내 첫 허가
연령 상관 없이 인지행동치료로서 사용…비급여로 처방
올해 ADHD, 섭식장애 가이드라인 개발…내년 새 제품 허가될 듯

기사승인 2023-02-15 17:21:59
픽사베이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앱), ‘디지털치료기기’가 국내에서 최초로 허가된다. 빠른 시일 내 병원에서 비급여로 처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치료기기란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이다. 지금까지는 ‘디지털치료제’라고도 불렸지만 약으로 혼동할 수 있어 명칭을 기기로 정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헬스케어 전문기업 에임메드가 개발해 제조 품목허가를 신청한 인지치료 소프트웨어(SW) 솜즈(Somzz)를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로 허가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에 허가된 SW는 불면증 치료 방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는 수면 방해 행동이나 습관 등을 바로잡는 ‘인지행동치료법’을 제공한다. 예컨대 △수면 습관 교육 △실시간 피드백 △행동 중재 등을 6~9주간 수행함으로써 수면의 효율을 높인다. 다만 약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약 복용 이전 치료다. 불면증 초기단계에서 해당 앱으로 인지행동치료로서 활용하고, 효과가 없을 경우 약물 치료로 넘어간다.

해당 앱은 국내 임상시험 기관 3곳에서 6개월간 실시한 임상시험을 거쳤다. 시험 결과, 앱 사용 전과 사용 후 ‘불면증 심각도 평가척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여기에 더해 식약처는 정신건강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전문가로 구성된 의료기기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앱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했다.
 
김재진 대한디지털치료학회 학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은 “이번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의 허가로 불면증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디지털치료기기가 다양한 질병에 의약품 이외에 새로운 치료 수단으로써 임상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치료기기 관련 가이드라인 목록.   식품의약품안전처


디지털치료기기 허가 첫 발…상용화까진 요원

식약처는 이번 디지털치료기기 허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장 형성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ADHD와 섭식장애, 2종의 디지털 치료기기 임상허가 가이드라인을 올해 12월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2020년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디지털치료기기에 대한 정의·판단기준·판단사례 △허가 시 제출하는 기술문서의 작성 방법과 제출자료 범위 등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또한 맞춤형 기술지원을 위한 ‘불면증 개선 디지털치료기기 안전성·성능평가 및 임상시험계획서 작성 가이드라인’(2021년)도 공개한 바 있다.

강영규 식품의약품안전처 디지털헬스규제지원과장은 “2027년까지 약 10종의 맞춤형 디지털치료기기 임상·허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추가로 개발하는 등 국제적인 규제 표준을 선도·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며 “지금도 일부 제품이 임상 중에 있어 내년쯤 새로운 제품이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다만 ‘상용화’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디지털치료기기 상용화에 먼저 성공한 미국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특별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기기에 대한 환자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디지털 치료기기는 정해진 기간동안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이 환자 친화적이어야 되고, 또 중간에 그만두지 않도록 환자의 흥미를 계속적으로 유발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그런 방법으로 제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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