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쏘아올린 공…“의료AI 대중화 가능성 보여줬다”[쿠키인터뷰]

챗GPT가 쏘아올린 공…“의료AI 대중화 가능성 보여줬다”[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2-25 06:00:05
22일 쿠키뉴스와 만나 인터뷰하는 이예하 뷰노 대표.   사진=박선혜 기자

지난 1월 미국의 한 인공지능(AI) 개발업체가 만들어낸 ‘챗GPT’가 세상에 공개됐다. 해당 AI모델은 인터넷 사이트로 쉽게 접근 가능하며, 일상 대화뿐 아니라 논문 작성, 번역, 정보 제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챗GPT의 등장은 일반 대중들에게 AI를 보다 가까워지게 한 계기가 됐다.  

챗GPT의 영향력은 의료 분야에도 손을 뻗쳤다. 특히 의료AI 분야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관련 업체들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해당 기업들은 X선, MRI 등 환자의 영상자료를 수 백, 수 만장 수집해 빅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진단을 빠르게 도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든다. 의사가 진단을 보다 더 빠르게, 정확하게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기존 영상 또는 병리 진단보조 역할에서 벗어나 환자의 상태를 예측해 위험이 감지될 때 의료진에게 미리 알려주는 기능도 탑재했다. 의료진은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부담을 덜고,  환자는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처럼 의료AI는 환자에게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의료AI 업계도 의료 분야에서 활약하는 인공지능의 선전을 국민이 곧 체감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기자가 만난 의료AI 기업 뷰노 역시 심전도 기기를 개발하고 의료AI의 소비자 간 거래(B2C, Business to customer) 사업을 추진하며 이 같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뷰노는 지난 2018년 의료AI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제품을 허가 받고 상용화까지 성공한 의료AI 전문 기업이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첫 의료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가이드라인도 구축했다.

이예하 뷰노 대표는 “챗GPT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인공지능의 대표적 사례 중 알파고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능력을 검증 받았다면 챗GPT는 가장 어렵다던 대화의 경지에 이르렀다”며 “AI가 전문가의 영역에나 나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는 점, 그리고 유용하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면에서 의료AI업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 의료AI는 의료진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기술이 고도화되고 임상적인 효과를 입증해가면서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직접 관리하거나 더 나은 예후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기대를 받고 있다. 챗GPT처럼 의료 분야 AI도 일상생활에서 건강 정보를 묻거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제품으로써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상용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그는 의료AI를 일상에서 이용할 수 있으려면 먼저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부처는 신의료기술평가 평가유예 제도를 통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의료기기에 대해 비급여를 적용하고 일정 기간 효과를 입증하면 급여로 전환해주는 지원책을 내놓았다. 기존에는 비급여, 급여로 적용되지 못해 병원에서의 활용이 늦어졌다.

이 대표는 “의료AI 제품이 첫 허가된 지 5년이 넘었다. 최근 몇몇 제품이 비급여로 인정받아 병원에 속속 도입되는 추세다. 가장 먼저 비급여를 적용 받았던 뷰노도 이제야 조금씩 매출을 내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전년 보다 2~3배 증가했다”면서도 “여전히 급여시장 진입 사례가 더 필요하다. 대부분의 업계가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해 제대로 된 매출을 끌어내기 어렵다. 급여가 되지 못하면 병원에 들어가기 어렵고 상용화는 더 멀어진다”고 짚었다.

또 “병원에서 활용돼야 의료AI의 효능을 입증할 수 있고,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환자의 예후를 판단하고 정확도, 신뢰도가 높은 의료기기가 탄생하려면 현장에서 먼저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일단 병원에 진입하고 일정 기간 평가를 통해 시장 퇴출이나 급여 적용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시장 흐름은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그는 평가한다. 그는 앱으로 환자 건강을 관리하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등장도 의료AI 분야와 강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대표는 “식약처의 첫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와 챗GPT의 부상은 의료 현장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AI 기술이 일상생활에 훨씬 다가와 있음을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또한 자본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던 AI 의료기기가 재평가를 받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최종적으로 의료AI가 개개인의 건강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이 되는 기술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