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피해보상을 국내 기업들의 자발적 출연에 따른 ‘제3자변제’ 방식으로 풀어가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민주당은 ‘굴욕 외교’라면서 즉각 반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를 위해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겠다”며 “재원은 민간 기업의 자발적 기여 등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알려진 대로 국내 기업의 자발적 참여 등을 통한 방식이다. 박 장관이 언급한 민간의 자발적 기여는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일본이 지급한 돈의 수혜를 입은 국내 기업의 출연을 의미한다. 이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포스코를 비롯해 KT&G, 한국전력 등으로 향후 일본기업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이번에 제시한 해법이 피해자 및 유족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과 대일 협의를 거친 결과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일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한 발언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지난해 4차례 민간협의회와 올해 1월 공개 토론회를 비롯해 유가족 피해자들과의 만남 등 피해자 및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왔다”며 “아울러 5차례 한일 외교장관 회담 등 고위급을 포함한 양국 외교당국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력과 또 국위에 걸맞은 우리의 주도적인 그리고 대승적인 결단”이라며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과거사로 인한 우리 국민의 아픔을 보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역설했다.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금 참여를 끌어내지 못한 반쪽짜리 해결책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물컵에 비유하자면 물이 절반 이상 찼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물컵은 더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일본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보느냐는 추가 질의에는 “정부의 대승적 결단에 대해 일본 정부의 포괄적 사죄, 그리고 일본 기업의 자발적 기여로 호응해오길 기대한다”며 “일본 정부도 민간의 자발적인 기여는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권이 역사의 정의를 부정하고 일본에 굴종하는 길을 선택했다”며 “치욕의 날이다. 윤석열 정부가 끝내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한국 기업이 마련한 돈으로 주도록 결정했다. 국민은 능멸당했다”고 비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