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회복 나서는 한국, 4강 도전 가능할까 [WBC]

자존심 회복 나서는 한국, 4강 도전 가능할까 [WBC]

기사승인 2023-03-08 06:00:16
지난 7일 한신 타이거즈와 연습 경기에서 마친 한국 야구대표팀.   연합뉴스

‘야구 월드컵’으로 불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6년 만에 돌아왔다. 자존심 회복에 나서는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14년 만에 4강 무대에 도전한다.

‘2023 WBC’가 8일(한국시간) 미국과 일본, 대만 등지에서 개막한다. 2006년 출범해 2009년부터 4년마다 개최한 WBC는 2017년 4회 대회 후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5회 대회를 치르지 못했다. 

14년 만에 4강 도전…이정후·토미 에드먼 주목

1차 대회(3위), 2차 대회(준우승) 등 호성적을 거뒀던 한국은 2010년대 들어 침체기를 맞았다. 2013년과 2017년 대회에서 연달아 1라운드에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자존심 회복에 나서는 한국은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양현종(KIA 타이거즈), 김광현, 최정(이상 SSG 랜더스), 양의지(두산 베어스), 김현수(LG 트윈스), 박병호(kt 위즈) 등 KBO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이의리(KIA 타이거즈), 소형준, 강백호(이상 kt 위즈), 정철원. 곽빈(이상 두산 베어스) 등 ‘영건’들은 형들의 뒤를 받친다.

한국 야구대표팀의 외야수 이정후.   연합뉴스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이정후다.

이정후는 지난해 타율 0.349, 193안타 113타점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로 타격 5관왕에 올랐다. MVP도 그의 몫이었다.

이정후는 2023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구단의 허락도 받았다. 이정후가 MLB 진출을 의사를 밝히고 구단도 이를 허용하자, 이정후는 빅리그에서 꾸준히 이목을 끌고 있다. MLB 공식홈페이지인 MLB닷컴은 지난달 12일에도 WBC 최고의 외야수로 이정후를 선정하기도 했다.

해외파 2명에게도 기대가 모인다. 최지만(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소속팀의 반대로 차출이 무산됐지만,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키스톤 콤비를 구축한다.

WBC는 자신의 국적과 상관없이 부모의 국가나 출생지에 따라서 참가국 선택이 자유롭다. 어머니가 한국인 에드먼은 한국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에드먼은 지난 시즌 15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5(577타수 153안타) 13홈런 5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25를 기록했다. 뛰어난 수비력으로 내셔널리그 2루수 골드 글러브 후보에도 올랐다.

대표팀을 이끄는 이강철 감독은 목표를 4강으로 설정했다. 지난 5일 일본으로 넘어간 뒤 6일과 7일에는 일본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오릭스 버팔로스와 한신 타이거스와 평가전을 치르면서 최종 점검을 마쳤다. 오릭스에게 2대 4로 패배한 한국은 7일 한신전에서는 7대 4로 승리를 거뒀다.

2020년과 2021년에 한화 이글스에서 뛴 호주 대표팀의 워윅 서폴트.   연합뉴스

토너먼트로 가는 길, 호주전을 잡아라!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일본, 호주, 중국, 체코와 함께 B조에 묶였다. 9일 호주와 1차전 일정을 시작으로 일본(10일), 체코(12일), 중국(13일)과 차례로 경기를 치른다. 조별리그에서 각 조의 1, 2위는 8강에 진출하고 이후 경기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열린다. A조와 B조의 1, 2위팀은 15일과 17일 도쿄돔에서 8강전을 치른다. 

첫 상대인 호주는 한국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상대로 꼽힌다. 호주를 이겨야 상위 두 팀에 주어지는 8강행 티켓을 따내는 것이 수월해진다. 2차전 상대인 일본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보다 앞선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호주전 승리는 더욱 절실하다. 이강철 한국 대표팀 감독도 “호주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객관적인 전력은 한국이 호주보다 앞선다는 평이다. 호주의 에이스로 평가받는 리암 헨드릭슨(시카고 화이트삭스)이 혈액암 일종인 림프종 진단을 받아 대표팀 합류가 무산됐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활약 중인 호주 출신 유망주들도 상당수 빠졌다.

호주의 최종 엔트리에 지난해 MLB 경험이 있는 선수는 애런 화이트필드(LA 에인절스) 1명뿐이다. 그 외에는 대부분 트리플A, 더블A 소속 마이너리거, 혹은 한때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던 베테랑으로 팀을 꾸렸다.

호주의 장타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평이다. 호주의 타자들은 대체로 타율은 낮은 편이지만, 각 지역 리그에서 10개 가까이 홈런을 칠 정도로 한 방을 갖추고 있다. 호주 리그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살아 있다는 점도 우리가 경계할 부분이다.

호주전 선발로는 사이드암 고영표의 등판이 점쳐진다. 고영표는 ‘2020 도쿄 올림픽’ 등 국제 무대에서 호성적을 거둘 정도로 큰 무대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또 호주 타자들이 사이드암 투수들을 많이 상대하지 않은 점도 선발로 나서는 이유 중 하나다.

고영표는 지난 시즌 28경기에 출전 182.1이닝을 소화하며 13승 8패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할 정도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 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 2군과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13명의 타자를 상대로 무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호주의 선발은 한화 이글스에서도 뛴 적 있는 워익 서폴드(퍼스히트)가 유력하다. KBO리그에서 59경기에 등판해 22승24패 평균자책점 4.16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6일 연습 경기에서 두 번의 3점 홈런을 때린 오타니 쇼헤이.   연합뉴스

한 수 위 전력 평가받는 일본…한국, 일본전 3연패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국은 호주를 상대한 뒤에는 일본을 상대한다. 한국은 일본과 역대 전적에서 19승 18패로 앞서 있지만,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때부터 2021년 도쿄올림픽 준결승까지 일본전 3연패를 기록 중이다. 가장 마지막 승리는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전이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 후보로 평가받을 정도로 강력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올 시즌 MLB로 진출한 센가 코다이(뉴욕 메츠)와 주축 타자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가 불참하지만 여전히 강력하다는 평이다.

일본의 중심은 투타 겸업을 하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다. 오타니는 투수로 지난 시즌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5를 기록했다. 만장일치 MVP를 받은 2021시즌보다 더욱 뛰어난 기록을 올렸다. 타자로도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5를 올렸다. 오타니는 1차전인 중국전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할 것이 유력해 한국전에서는 타자로만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전 선발 등판 투수로는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유력하다. 다르빗슈는 전 시즌에 2022시즌 16승 8패 평균자책점 3.10으로 샌디에이고의 1선발 역할을 해냈다.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구속은 줄었지만, 다양한 래퍼토리로 타자들을 잡아먹는다. 위기관리 능력도 탁월해 쉽게 한국 타선이 점수를 쉽게 내기 어려워 보인다.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의 한국전 등판 가능성도 남아있다. 사사키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투수다. 최고 시속 102마일(약 164㎞)의 빠른 공을 던진다. 지난 4일 주니치 드래곤스와 연습경기에서는 102.5마일(약 165㎞)의 공을 던진 바 있다. 지난해 4월 오릭스 버펄로스전에서는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으며 퍼펙트게임을 달성하기도 했다.

사사키는 일본의 3번째 경기인 체코전에 선발 투수로 나설 것으로 보이나, 일본 현지에서는 B조에서 1, 2위를 다투는 한국전에 깜짝 선발 등판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2년 연속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을 차지한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도 대기 중이다.

일본의 마운드만 강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타니가 중심을 잡고,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와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가 중심 타선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빅리거는 아니지만 지난해 일본을 강타한 무라카미는 경계 대상이다. 무라카미는 전 시즌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타율 0.318(리그 1위) 56홈런(리그 1위) 134타점(리그 1위)을 기록하며 센트럴리그 MVP 및 타격 3관왕을 기록했다.

요시다는 지난해 12월 스즈키 세이야가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조건(5년 8500만 달러)을 뛰어넘는 역대 일본인 야수 최고 금액으로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오릭스에서 7시즌 타율 0.327 133홈런 467타점 OPS 0.960 등을 기록한 바 있다. 컨택과 선구안이 뛰어나다. 

아마추어 선수가 대부분인 체코 야구대표팀.   체코야구협회 SNS

‘투잡러’ 체코·주권 있는 중국…방심은 금물

조별리그 3·4차전 상대인 체코와 중국은 조에서 최약체 평가를 받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대다수인 체코 대표팀은 이번 WBC에서 사상 처음 본선 무대를 밟는다. 체코 선수들은 야구 선수가 본업이 아닌 ‘투잡러(직업이 2개인 사람)’에 가깝다.

내야수 마르틴 체르벤카는 외판원, 지명타자 페트르 지마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외야수 아르노슈트 두보비는 고등학교 지리 교사, 투수 마레크 미나르지크는 부동산 중개인, 루카시 에르콜리는 언론사 홍보직원, 대표팀 에이스 마르틴 슈나이더는 소방관으로 일한다. 체코 대표팀을 이끄는 파벨 하딤 감독의 본 직업도 신경과 전문의다.

많은 해외 매체들은 체코를 ‘전력이 가장 약한 팀’이라고 꼽았지만, 체코 선수들의 각오는 어느 팀 보다 비장하다. 체르벤카는 “야구는 0대 0으로 시작한다. 우승 후보는 아니지만 우리도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주장 페트르 지마는 “많은 사람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싶다”고 했다.

중국 대표팀에 합류한 kt 위즈의 주권.   연합뉴스

한국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중국은 전력 자체가 베일에 싸여 있다. 알려진 선수가 거의 없어 전력 평가가 쉽지 않다.

중국을 대표하는 선수는 현재 kt 위즈에서 뛰고 있는 주권이다. 중국에서 태어난 주권은 학창 시절을 모두 국내에서 보낸 한국인이다. 하지만 중국야구협회의 끈질긴 설득에, WBC의 특수 규정으로 중국 소속으로 뛰게 됐다. 다만 주권은 한국을 상대로는 뛰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해 한국과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중국 대표팀에는 LA 에인절스 산하 마이너리그 투수 앨런 카터, 지난해까지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뛰었던 외야수 마사고 유스케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한국 전에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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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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