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대거 흥행시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등 다수 작품으로 사랑받은 그는 8일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을 기념해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난다. 주인공 스즈메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하라 나노카와 함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하라 나노카는 이날 오전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취재진과 만나 작품의 의미부터 작업 과정, 그간 담아둔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문단속 소재, ‘도깨비’ 보고 착안했어요”
‘스즈메의 문단속’은 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녀 스즈메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스즈메는 문 너머에 존재하는 재해가 넘어오지 않도록 문을 닫는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tvN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첫 구상 단계부터 문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감독은 “‘도깨비’가 극 중 문을 활용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이에 착안해 문에 여러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감독이 주목한 건 문이 가진 일상성이다. 그는 “우리는 매일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재해는 이런 일상을 단절시킨다. ‘다녀오겠다’며 문을 나선 이를 돌아올 수 없도록 하는 게 재해”라면서 “‘스즈메의 문단속’이 다루려는 메시지를 문에 함축했다”고 설명했다.
“첫 성우 도전, 감독님 덕에 해낼 수 있었죠”
아역부터 꾸준히 배우로 활동한 하라 나노카는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목소리 연기에 첫 도전했다. “내가 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다”고 운을 뗀 그는 “성우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작업에 착수했다. 불안하고 어려웠지만, 감독님이 매번 ‘훌륭하다’, ‘고맙다’고 말해준 덕에 잘 해낼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목소리 연기 외에도 지역 사투리를 실감 나게 살리는 것에 주력했다. 세세한 연출 속에서 하라 나노카가 주목한 건 스즈메의 용기다. 스즈메를 “잘 달리는 사람”이라 평한 하라 나노카는 “스즈메는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 그런 점이 매력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힘줘 말했다.
“재해 소재, ‘너의 이름은.’으로 얻은 책임감 때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작품을 통해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버려진 장소를 추모한다. 애니메이션 속 세계는 현실과도 맞닿아있다. 대지진부터 시대를 반영한 유행가까지, 현실의 여러 부분을 작품으로 가져온 감독의 설계 덕이다. 그는 ‘너의 이름은.’이 성공을 거두며 관객에게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전작이 흥행한 만큼 다음 작품도 ‘일단 가서 보자’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단순히 재미있기만 한 영화로 만들고 싶지 않았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전 세대가 재해를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현실 속 비극에 근간한 만큼 다양한 요소를 넣어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그리려 했다”며 “‘너의 이름은.’으로 생긴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마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너의 이름은.’부터 이어진 재해 3부작을 마친 만큼 차기작은 새로운 방향으로 고심 중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아직까지는 백지상태다. 이번 내한에서 힌트를 얻고 싶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한국은 日 애니, 일본은 韓 드라마 열풍… 문화 늘 연결되길”
최근 국내 극장가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잇따라 강세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타카히코)와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감독 소토자키 하루오)가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인기이듯 일본에선 한국 드라마가 인기”라면서 “양국 문화와 풍경, 마음의 형태가 닮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을 두고 국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걸 의식한 발언도 남겼다. 감독은 “양국의 정치 상황은 좋을 때와 나쁠 때가 파도처럼 반복되지만, 문화는 늘 강하게 연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감독과 하라 나노카는 한국 관객에 연신 고마움을 표하며 작품이 공감을 얻길 염원했다. “한국에 오길 잘했다”며 미소 지은 두 사람은 “한국 관객도 ‘스즈메의 문단속’을 통해 내일을 살 힘을 얻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 시간 122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