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해외에 의존해왔던 연속혈당측정기가 올해 국내 첫 제품이 탄생할 전망이다. 1형 당뇨병 환자들도 선택권 확대에 따른 기대감이 높다.
연속혈당측정기는 기존처럼 바늘로 손가락에 피를 내지 않고 피부에 부착해 미세바늘로 실시간 혈당을 측정하는 의료기기다. 저혈당이 오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어 하루 7~8번의 주기적인 혈당 측정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중요한 일과다. 특히 1형 당뇨 환자의 경우 매일 혈당을 확인하고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만큼 삶의 질을 올려줄 연속혈당측정기의 등장은 반가운 소식으로 다가온다.
국제당뇨병연맹이 발표한 ‘당뇨병 백서 2021’에 따르면 전 세계 당뇨병 유병률은 지난 2021년 5억4000만 명, 오는 2024년에는 8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연속혈당측정기 세계 시장은 2030년 163억 달러까지 연평균 11.5%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국내에는 2021년 기준 당뇨 환자가 570만 명, 당뇨 전 단계인 위험군은 1500만 명이 있으며, 갈수록 연속혈당측정기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국산 연속혈당측정기 기대주 3개 업체 상용화 수순
현재 국내 병·의원에서 쓰는 대표적인 연속혈당측정기로는 한국애보트의 프리스타일 ‘리브레’, 메드트로닉의 ‘가디언커넥트’, 휴온스가 유통을 담당하는 ‘덱스콤G6’ 제품이 있다. 이들 모두 해외 제품으로, 아직 국산 제품은 전무한 상황이다.
최근 희소식이 들려왔다. 아이센스를 비롯해 유엑스엔, 이오플로우 등 몇몇 기업이 연속혈당측정기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고, 하나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센스는 지난 2월 연속혈당측정기 의료기기 허가를 위한 품목허가 신청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아이센스의 기기는 5분마다 자동으로 혈당값이 측정된다. 스마트 기기 연동으로 혈당값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체계적인 혈당 관리와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다.
아이센스 관계자는 “식약처 심사 과정을 거쳐 올해 4분기에 국내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며 “유럽 CE 인증을 위한 신청서도 1분기 말 또는 2분기 초에 제출할 예정이다. 해외의 경우 2024년 1분기 제품 상용화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엑스엔은 기존 효소를 기반으로 하는 연속혈당측정기와 다르게 백금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보통 연속혈당측정기는 포도당과 반응하는 효소가 부착되는데 이는 생산과 보관, 유통하는 과정이 까다롭다. 이와 달리 백금 기반 혈당기는 신체에도 안전하고 환경으로 인해 변질되지 않아 보관, 사용이 편리하다. 특히 5분 간격으로 측정하는 해외 제품에 비해 더 짧은 간격으로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유엑스엔 관계자는 “2021년 에스디바이오센서로부터 대규모 자금 유치에 성공하면서 빠르게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올해 하반기 내 국내 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성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2025년부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를 통한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침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이오플로우는 인슐린 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 제품을 하나로 만든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인슐린 펌프는 환자가 매번 인슐린 주사를 직접 하지 않아도 기기를 몸에 부착해 자동으로 인슐린을 조절해 투약할 수 있는 의료기기다. 그 동안 환자들은 인슐린 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를 따로 구입하고 관리하다보니 불편감이 있었다.
이오플로우 관계자는 “세계적인 수준의 자체 연속혈당센서 기술을 보유한 회사와 협력해 연속혈당센서를 개발 중에 있다. 현재 내부 검증을 진행 중”이라며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한 패치형 무선 인슐린 펌프를 보유하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 상용화에 성공하면 혈당 측정부터 인슐린 주입 치료까지 모두 무선으로 가능한 종합 당뇨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속혈당센서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6년 센서와 펌프를 합친 세계 첫 일체형 무선 인공췌장을 출시할 예정이다. 자동으로 혈당을 확인하고 적당한 인슐린을 투입하며 실제 췌장과 같은 역할을 대신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미국 혁신의료기기 인증(Breakthrough Device Designation)을 받은 상태로, 먼저 미국에서 신속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AS 어려웠던 해외제품, 국내 제품이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
매일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들도 국산 제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 동안 해외 제품을 쓰다 보니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적인 대응을 받기 어려웠다. 또한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한국 시장이 작다보니 한참 뒤에야 도입되는 일이 잦다고 환자들은 말한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관계자는 “한국은 1형 당뇨병 환자 유병률이 아시아 중에서도 적은 편이다. 해외 기업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시장 자체가 작으니 요청하는 부분이 있어도 빨리 대응해주지 않는다. 기기가 불량이어도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해야 하고 보상도 한참 걸린다. 특히 환자들이 사용해보면서 개선이 필요한 점에 대해 직접 회사에 고객의 소리(VOC)를 전달할 때가 있는데 잘 반영이 안 된다”며 “신제품 출시도 가장 늦는 것 같다. 이미 해외에서는 보다 작고 정확도 높은 저렴한 기기를 사용하지만 국내는 항상 뒤쳐져 있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국내 제품이 생긴다면 보다 적극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개발 중인 국산 제품들이 기존 제품보다 크기도 작고 정확도도 높다는 이야기가 있어 기대를 갖고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