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타격에… 영화계 여성 인력 지난해보다 줄어

팬데믹 타격에… 영화계 여성 인력 지난해보다 줄어

기사승인 2023-03-08 16:46:30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영화계서 여성 인력이 전년보다 줄은 것으로 파악됐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2022 한국 영화산업 성인지 결산’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작 202편을 분석한 결과 전체 여성 인력 비중은 지난해(26.3%)보다 0.3%포인트 줄어든 26%로 나타났다. 여성 감독·프로듀서·각본가·촬영감독 등 주연과 제작자를 제외한 나머지 직종 모두 감소했다.

상업영화 여성 인력, 3년 만에 10%대로 줄어

지난해 순제작비 30억 이상 투입된 상업영화 36편 중 여성 인력 비중은 지난해(23.4%)보다 6.5%포인트 줄어든 16.9%로 산출됐다. 2020년 20%를 넘긴 이후 다시 10%대로 내려앉은 건 3년 만이다. 영진위는 “지난해 대비 순제작비 30억 이상 상업영화가 2배가량 늘었지만, 고 예산 상업영화 중심으로 형성된 지난해 시장 상황이 여성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권에 놓여 있어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진위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극장 회복세가 두드러졌으나, 팬데믹으로 인해 시장이 보수화한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 영화인이 극장 영화가 아닌 타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경향 역시 나타났다. 영진위는 “시장 확장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기존 시장의 불평등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는 측면이 있어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직군별 임금 불평등이 여전한 데다, 대작 영화 인력이 남성에 쏠린 만큼 관련 정책 등 대안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조사한 지난해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영화 핵심창작 인력 성비. 영진위 ‘2022 한국 영화산업 성인지 결산’ 보고서 발췌

갈 길 먼 영화계, 진일보한 OTT… 성평등 지표 갈려

벡델 테스트 통과작도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벡델 테스트는 남성 중심 영화를 가늠할 수 있는 영화 성평등 지표다. 여성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차지한 비중을 보여준다. 지난해 흥행 30위권에 든 한국영화 28편(애니메이션 2편 제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은 10편(35.7%)뿐이었다.

지난해 흥행한 한국 영화 28편 중 여성 스테레오타입 테스트 해당 작품은 11편(39.3%)이다. 여성 스테레오타입 테스트는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가 얼마나 전형성을 띄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캐릭터에 고정관념이 깊게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28편 중 혐오 표현이 등장한 영화는 절반 가까이인 13편(46.4%)이다. 대상 작품은 영화 ‘범죄도시2’, ‘한산: 용의 출현’, ‘공조2: 인터내셔날’, ‘헌트’, ‘올빼미’, ‘마녀 파트2. 디 아더 원’, ‘비상선언’, ‘육사오’, ‘헤어질 결심’, ‘외계+인 1부’, ‘영웅’, ‘해적: 도깨비 깃발’, ‘브로커’, ‘인생은 아름다워’, ‘데시벨’, ‘정직한 후보2’, ‘킹메이커’, ‘자백’, ‘경관의 피’, ‘압꾸정’,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동감’, ‘늑대사냥’, ‘특송’,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리멤버’, ‘뜨거운 피’, ‘탄생’이다. ‘뽀로로 극장판 드래곤캐슬 대모험’과 ‘신비아파트 극장판 차원도깨비와 7개의 세계’는 제외했다.

OTT는 비교적 상황이 나았다. OTT 오리지널 영화 7편 중 벡델 테스트 통과 작품은 6편(85.7%), 여성 스테레오타입 테스트 해당 작품은 3편(42.9%)이었다. 혐오 표현이 나온 작품은 2편(28.6%)으로 산출됐다. 대상 작품은 넷플릭스 ‘20세기 소녀’·‘모럴센스’·‘서울대작전’·‘야차’·‘카터’와 왓챠 ‘시멘틱 에러: 더 무비’, 웨이브 ‘젠틀맨’이다. 여성 감독 영화는 7편 중 3편, 여성 제작자는 전체 14명 중 2명에 그쳤다. 영진위는 “성별 핵심창작 인력 성비는 각본을 제외하면 실질 개봉작과 마찬가지로 불균형하다”면서 “다만 주도권을 가진 감독과 각본가 중 여성 인력 참여가 도드라지며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제작·촬영 직종에서의 성비 불균형과 감독·각본 직종에서 완화한 성비 균형이 이어질지는 더 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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