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가 뜨거운 애정으로 물들었다.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팬덤형 영화가 장악하며 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감독 신카이 마코토)을 필두로 팬덤을 모은 영화 네 편이 박스오피스 5위권에 이름 올리고 있다. 개봉 이후 일주일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즈메의 문단속’에 이어 또 다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감독 소토자키 하루오)와 가수 임영웅 콘서트 실황을 담은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감독 오윤동)이 각각 2, 4, 5위를 기록했다.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른 영화 ‘대외비’(감독 이원석)를 제외하면 모두 팬덤을 확보한 작품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전작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등으로 국내에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이다. 지난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만화 인기에 힘입어 입소문을 타며 관객 범위를 전 연령으로 넓혔다.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 역시 극장판 개봉 때마다 적극 관람하는 원작 팬덤 덕을 봤다.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임영웅 팬덤 영웅시대가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팬덤형 영화의 인기는 n차 관람 및 1인 관객 비율로도 드러난다. CGV가 제공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을 2회 이상 관람한 n차 관객은 10.5%였다. 10명 중 1명이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을 n차 관람한 셈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6.9%다. 일반 영화의 n차 관람객 평균 비율 2.4%(개봉 첫 주 기준)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열띤 공세는 1인 관객 비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체 관객 중 혼자 영화를 본 관객이 24.1%에 달했다. 1인 관객이 4명 중 1명인 꼴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19.3%,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는 17.7%,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14.3%로 집계됐다. CGV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팬덤 영화일수록 혼자서도 영화를 즐기는 1인 관객이 많다”면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처럼 1인 관객 비율이 20%대를 기록한 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극장은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팬덤 몰이에 나서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대표적이다. CGV가 자체 기획한 응원 상영회 ‘팬심대전’은 첫 행사 당시 매진을 기록, 추가 회차를 마련할 정도로 인기였다. 메가박스는 이달부터 돌비시네마관 상영을 재개하며 호응을 얻었다.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 역시 스크린X 관에서 응원 상영회를 열어 영웅시대 팬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당일 상영회와 연계해 판매한 콘서트 MD도 매진 행렬을 이뤘다. CGV 관계자는 “3~4월이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팬덤형 영화 덕에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고 있다”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취향을 기반으로 한 팬덤형 영화가 인기”라고 짚었다. 이어 “팬덤형 영화는 혼자 영화 보는 걸 꺼리지 않고 MD나 응원 상영 등 다양한 관람 형태로 꾸준한 충성심을 보여준다”면서 “극장 입장에선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