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1800곳 사라졌다…물류 거점 탈바꿈 효과는 '글쎄'

주유소 1800곳 사라졌다…물류 거점 탈바꿈 효과는 '글쎄'

기사승인 2023-04-13 06:00:17
GS칼텍스 여의도점.   사진=조은비 기자 

주유소들이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소형 물류허브를 자처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지점 폐업이 여전히 가속화 되면서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는 1만988개로, 2021년보다 198개 줄었다. 10년 전인 2012년을 기준으로는 1800여개 주유소가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 국책 연구 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40년까지 8000개의 주유소가 영업을 멈출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GS칼텍스를 비롯한 정유회사는 주유소 거점을 활용하는 신사업을 꾸준히 펼쳐왔다. 지난 2018년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물류 스타트업 기업 ‘줌마’와 손잡고 론칭한 C2C택배 서비스 ‘홈픽’이 그 예시다.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홈픽’ 서비스 시행 당시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5:5의 비율로 전국 약 600여개의 주유소를 택배 집화 거점으로 제공하면서 주유소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후 ‘홈픽’ 서비스에 대한 이용률은 크게 늘지 않았고, 영업을 종료하는 주유소는 꾸준히 늘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홈픽 서비스가 눈에띄는 이용률을 보이진 않지만, 서비스가 폐지되지 않고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며 “최근 네이버, 한진과 함께 중소상공인(SME)의 물류 부담을 덜어주는 ‘더(The) 착한택배’ 서비스도 새로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K에너지는 직영 주유소가 아니더라도 협업을 원하는 자영 주유소와도 협력하고 있다”며 “도심 곳곳에 있는 주유소를 물류 기지로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절약할 수 있어 보다 편리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홈픽 홈페이지 캡쳐 이미지.

◇ 주유소 픽업서비스 “이용률 높지 않지만, 고객 만족 높아”

GS칼텍스는 홈퍼니싱 리테일 기업인 이케아 코리아 및 글로벌 여행짐 서비스 굿럭컴퍼니(Goodlugg)와 함께 물류 거점인 주유소 픽업 센터를 전국 주요 시·도에 운영하고 있다. 주유소를 소형 물류허브 역할을 하는 곳으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지난 2021년 서울 강남구 소재 삼성로 주유소에서 최초로 시작한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GS칼텍스 세창주유소는 픽업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 중 한 곳이다. 

이곳은 일주일에 최대 5~6건의 픽업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이곳에서 픽업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B씨는 “해당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배송비가 저렴하다는 것”이라며 “약 2만원의 배송비를 아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다만,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 GS칼텍스 여의도주유소의 경우 지난 일주일 동안 픽업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한 명도 없었다. 

이케아 코리아 관계자는 픽업 서비스에 대해 “이용률에 대한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지난 2021년 도입 후 반응이 좋아 확대했다”며 “주유소로 상품을 배송해 최종 라스트 마일이 줄어 배송비가 절감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가구를 많이 구입하는 성수기에 이용 고객이 많다”며 “주유소 픽업 센터는 기존에 운영하던 서울, 경기, 대전 등 전국적인 물류 거점을 다수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GS칼텍스 여의도점 픽업 서비스 센터.   사진=조은비 기자 

◇ 주유소 업계, 줄폐업 원인은 ‘제 살 깎는 가격 경쟁’   

경기도에서 30년 동안 주유소를 운영하다 영업을 종료한 김만석(62)씨는 정유회사와 주유소가 협업하는 사업에 대해 “폐업을 막지는 못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씨는 “알뜰주유소 사업으로 주유소 업계가 어려움을 겪은 지 오래됐다”며 “석유대체연료사업법마저 개정되면 주유소 폐업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명 ‘석대법’으로 불리는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 개정은 정유사가 일반대리점, 주유소를 포함한 전체 판매 대상별 평균 판매 가격과 지역별 주유소에 판매한 평균 판매가격을 공개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는 정유회사들이 전국에 판매하는 휘발유, 경유의 도매가격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를 개정해 서울, 인천, 부산 등 지역별로 얼마에 판매했는지에 대해 공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정유업계와 주유소 업계에서는 석대법 개정으로 지역별 가격을 공개하면 주유소 업계끼리 제 살 깎아 먹기식 가격 경쟁이 과열돼 결국 폐업이 속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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