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체를 불법촬영하고 이를 지인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래퍼 뱃사공에게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12일 오전 10시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유미 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뱃사공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외에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등을 명했다.
뱃사공은 2018년 7월 강원도 양양에서 당시 교제 중이던 피해자 A씨 신체 부위를 촬영하고 해당 사진을 지인 수십명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유포했다. 지난해 5월 A씨가 SNS에 이를 폭로하며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자 뱃사공은 혐의를 인정하고 경찰에 자수해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뱃사공이 저지른 불법촬영 및 배포는 그 순간부터 피해자 명예를 실추하고 유포된 이상 끊임없는 심리 가해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고 봤다. 이번 사건으로 A씨가 오랜 기간 불안감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 고통을 받는 데다,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고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산다며 엄벌을 탄원한 점도 실형 선고 이유가 됐다.
김 판사는 “피고인(뱃사공)이 A씨를 위해 2000만원을 공탁했으나 이를 통해 피해를 실질 회복할 수 없어 양형 상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면서 “A씨가 형사 고소를 하지 않은 건 외부에 사건이 알려지는 걸 두려워 해서로 보인다. 하지만 피고인에게 이런 사정을 알렸음에도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자수한 건 제한 범위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음주운전 전과도 드러났다. 김 판사는 “자백과 반성 태도를 보이고 두 차례 음주운전 벌금형 외 형사 처벌 전적은 없으나, 피해자 고통을 고려해 형사책임에 상응하는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뱃사공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했다.
이날 뱃사공은 검은 정장에 뿔테 안경을 쓴 말쑥한 차림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실형을 선고받자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숙인 그는 재판부에 “할 말 없다”며 짧은 입장을 밝혔다.
법정에 와있던 A씨는 재판이 끝나자 조용히 울음을 터뜨렸다. 법정에 동석한 A씨 남편인 래퍼 B씨는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아내가 많이 힘들어 한다”며 말을 아꼈다. A씨는 여타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지난 1월 열린 첫 재판에서 뱃사공은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합의에 이르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했다. 뱃사공 측 변호인은 이 일로 뱃사공이 모든 활동을 중단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뱃사공에서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구형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