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던 래퍼 비아이에 대한 마약 혐의 수사를 무마시키려고 제보자 A씨를 협박한 혐의를 받는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가 다시 법정에 섰다. 양현석과 A씨는 각각 피고인과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서 재회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3부(부장판사 이의영 원종찬 박원철)는 1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과 이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YG 전 직원 김모씨에 대한 항소심 1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가 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공소사실에 면담 강요(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제5조의9 4항 위반) 혐의를 추가하도록 공소장 변경 허가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양현석 측은 “원심판결에 사실오인과 법리오인이 있다고 볼 이유가 없다. 원심판결은 지극히 정당했다”고 맞섰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에 관해서는 “검찰 스스로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현석 측은 2016년 8월 YG 사옥에서 A씨를 만난 사실은 있으나, ‘착한 애가 돼야 한다’ ‘(경찰 조사에서) 사실대로 말하라’고만 했을 뿐, ‘연예 활동을 못하게 할 수 있다’ ‘변호사를 선임해주겠다’ ‘사례를 하겠다’ 등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양현석도 발언 기회를 얻어 “A씨와는 수년 전부터 강남 유흥업소에서 알고 지내던 사이라 가까운 지인으로 생각했다. 편하게 볼 수 있냐는 취지로 만난 것”이라며 “변호사를 선임해주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양현석이 A씨를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이후 A씨가 경찰 진술을 번복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집중해 사건을 심리할 계획이다. “피고인은 A씨에게 사실대로 말하라고 설득했다고 하나, 결과적으로 A씨가 진술을 번복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말했다. 그 배경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검찰은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비아이 부친 김모씨도 증인으로 부른다.

양현석 측 법률대리인은 A씨를 또다시 신문하는 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A씨는 마약범죄로 실형을 살고 있다. 준법의식이 부족하고 재판부를 무시하는, 자기 통제력이 없는 이의 증언을 반복해 듣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진술 태도까지 종합해서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수 연습생이었던 A씨는 2016년 마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비아이의 마약 구매 혐의를 진술했다가 이후 번복했다. A씨가 3년 뒤인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에 YG 측 외압으로 진술을 바꿨다고 제보하며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A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양현석과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현석은 이 사건으로 YG 대표 프로듀서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올해 1월 복귀했다. 그는 이날 직업을 묻는 재판부에도 “YG 총괄 음악 프로듀서”라고 답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