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비대면 대출과정에서 금융사가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단독(강화석 부장판사)은 전직 포천시 공무원인 A씨가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는 재판에서 현대캐피탈이 3000만원 대출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본인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해당 채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A씨는 동료 B씨가 대출금을 대신 받아달라는 요청에 통장번호와 개인정보를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대출 과정에서 현대캐피탈 콜센터로부터 ‘대출 신청을 한 것이 맞느냐’는 문의에는 “대출 신청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캐피탈은 A씨 통장에 대출금이 입금됐기 때문에 ‘정상 대출’이라고 주장하면서 채무 변재를 촉구했다.
재판부는 “금융기관은 금융거래시 본인 및 대리권의 확인에 관해 일반인보다 고도의 주의 의무가 있고, 특히 비대면 방식의 전자금융거래의 경우 그 거래의 신속성과 편리성에 비춰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본인 확인절차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책임이 있다”며 “현대캐피탈 직원이 원고(A씨)에게 대출신청 확인전화를 걸었을 당시, 원고는 ‘대출 신청을 한 적이 없다’고 답변하는 등 명의도용 상황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공인인증서가 아닌 휴대전화 문자 인증을 받아 현대캐피탈이 A씨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인인증서가 아닌 휴대전화 문자 인증의 경우 도용 우려가 있고 이는 단순 서명을 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 A씨가 대출을 받으려 했는지 알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