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병 환자단체가 의료기기의 요양급여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1형 당뇨병 환자에게는 약만큼이나 당뇨 관리 의료기기 또한 매일 사용하는 필수 의료재료이지만, 급여 적용이 어려워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정부는 환자 편의성을 높인 방안을 이미 적용한 상황에서 요양급여로의 전환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1형 당뇨병에 대한 요양비 전면 재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1형 당뇨병 환자는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매일 식사 전·후 인슐린 투여를 위해 혈당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식단, 운동량에 따라 혈당 수치가 시시각각 바뀌어 24시간 혈당 확인이 필요한 때도 있다. 이런 1형 당뇨 환자에게는 혈당측정기와 그 소모품이 필수적이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당뇨 관련 의료기기는 의약품과 달리 환자 본인이나 가족 등에 의해 요양을 받는 경우에 한해 요양급여에 준하는 금액을 지급받는다. 환자가 먼저 자신에게 필요한 의료기기와 의료재료을 구매하고 그 금액을 청구하면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환급 받는 방식이다.
환자단체는 “의료기기와 소모품 요양비를 적용받으려면 전문의를 만나 처방전을 받고 물품을 구매한 뒤 신청서, 처방전, 거래명세서, 영수증, 구매내역서 등 증빙자료를 첨부해 공단에 청구해야 한다”며 “처방전 발행 가능한 날짜와 외래 날짜가 맞지 않으면 처방전 때문에 병원을 따로 방문해야 한다. 또 구매 시에는 한 처방전 당 각각의 거래명세서와 영수증을 요청해 증빙자료로 준비해야 하고 공단 부담금까지 미리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비용 부담이 크다”고 짚었다.
이어 “공단 담당자는 내용을 확인하고 심의한 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구매 금액의 일부 비용을 현금으로 환급해 주지만 실무 담당자가 업무 순환으로 인해 요양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례가 많고, 복잡한 방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환자들에게 잘못 안내하거나 잘못된 요양비를 환급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청구방식 때문에 실상 청구 비율은 높지 않다는 것이 환자단체의 입장이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특히 연속혈당측정기 경우 전체 유병인구의 10% 이하만이 청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연속혈당측정기 초기 구입비용은 65만~100만원 정도다. 소모품은 매달 15만~20만원가량 지불해야 한다. 기기와 소모품 종류에 따라 가격이 더 비싼 것도 있다.
환자단체는 “1형 당뇨병 치료에 꼭 필요한 필수 치료재료임에도 요양비라는 급여제도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는 요양비에 대한 환자본인부담금을 의료비로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전문 의약품처럼 환자가 본인부담금만 내고 치료에 필요한 의료기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 측은 다양한 구매처에 따른 환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용 중인 방안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 담당자는 “당뇨측정기기나 소모품 재료는 그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판매처가 다수 존재해 환자의 선택권을 늘리기 위해 요양비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며 “실제로 청구 방식 간소화를 위해 약국에서 제품을 구입할 경우 약국에서 요양비 청구를 대신할 수 있는 방안도 시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요양급여가 요양비보다 본인부담률이 높아 금액적 부담도 덜 하다”면서 “환자들의 편의를 생각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1형 당뇨병을 주상병으로 진단받고, 연속혈당측정기를 처방·청구 받은 사람은 전체 1형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절반 가까이 된다. 환자단체가 말하듯 소수만이 요양비를 반환받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요양비를 통한 청구 방안이 환자에게 큰 부담을 주는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공단 관계자는 “준요양병원급에서는 요앙비 반환 청구도 대신 진행해주고 있다. 영세한 의료기기 판매 업소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온라인 등에서 구매할 때 직접 청구하는데, 그 과정도 오래 걸리지 않도록 관련 부서에서 빠르게 접수하고 있다”며 “약국, 병원을 이용하거나 혹은 온라인이나 판매업체를 통한 직접 신청 등 편의성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요양비를 신청하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