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가 핵 협의그룹 신설에 대한 우려스러운 점을 언급했다.

최 교수는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국빈 방문이라는 것에 방점을 둬야 할 것”이라며 “한미 관계가 ‘되게 좋다’라는 당연한 것들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대통령의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가 수반으로서 워싱턴에서 이런 행보를 보인 것은 나름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워싱턴 선언문에 담긴 ‘핵 협의그룹 NCG’ 신설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봐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워싱턴 선언문 속) 정확한 문장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은 NPT를 준수하며’라고 나온다”며 “자체 핵무장을 얘기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이라는 것이 오랜 역사를 통해 서로 재확인하는 당연한 존재이므로 ‘이제 그만하자’는 것”이라며 “그래서 NCG(Nuclear Consultative Group, 핵협의그룹)를 만들었는데 이는 차관보급 수준의 협의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그동안 한미 간 작동해 왔던 확장억제에 관련된 회의는 양국 차관급으로 이뤄진 확장억제협의체(EDSCG)가 있었다”며 “하지만 차관보급으로 낮아졌다는 게 이율배반적이다. 협의회 자체는 (급이) 낮아져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핵 협의그룹이 EDSCG보다 격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 “고위급으로 하면 모자가 너무 크고 높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그것(설명) 자체는 적절하다”면서도 “당장 우리가 너무 강하게 비판하지 말고 어떻게 굴러가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국빈 방문은 세레모니가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의 때 뭔가 받아오기를 바라는데 미국은 이것을 국빈 방문으로 맺었다”며 “윤 대통령의 ‘외신 발언’, 그리고 우리 주권 체계를 흔든 도청 사건이 있었기에 세레모니를 통해 좋은 그림을 낸 것”이라고 했다.

핵확장억제를 통해 4·27 판문점 선언이 무의미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조금 (마음이) 아리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왜 비판하는가”라며 “판문점 선언 때는 집권한 지 1년도 안 된 정부가 평화올림픽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아울러 “그러한 노하우가 오늘날에도 큰 뜻이 있다고 본다”며 “저는 전 정부 사람이지만 학자로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보수 정부일수록 더욱 남북관계에서 성공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