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선언’과 관련해 북한이 비난 수위를 한층 높였다. 한반도 정세 악화를 한국과 미국 탓으로 돌리면서 국방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9일 워싱턴선언과 관련해 ‘말 폭탄’을 쏟아냈다. 김 부부장은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며 “동북아시아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더 엄중한 위험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미 정상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난을 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적국 통수권자가 전 세계가 지켜보는 속에서 ‘정권 종말’이라는 표현을 공공연히 직접 사용했다”며 “부담스러울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고도 할 수는 있겠다”고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핵 공격을 초래하면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감지덕지해 하는 그 못난 인간”이라고 비난했다.
향후 무력도발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점도 시사됐다. 김 부부장은 “미국과 남조선의 망상은 앞으로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핵전쟁 억제력 제고와 특히는 억제력의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신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1월1일부터 미사일 발사 등으로 무력도발을 이어왔다. 지난 2월에는 동해상으로 3차례 방사포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렸다. 지난달에는 최소 9차례 동해와 서해상에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과 단거리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했다. 핵 무인 수중공격정 폭파시험도 진행했다. 지난 13일에도 동해상에 ICBM 가능성이 있는 탄도미사일을 고각발사했다. 일본 홋카이도 주변에 낙하할 것으로 예상돼 경보가 발령됐다가 정정됐다.
미사일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북한에서 날아온 무인기가 군사분계선 이남의 대한민국 영토를 침범했다. 경기 김포와 파주, 고양시와 서울, 인천 강화군 영공 등에서 식별됐다.
지난 2021년에는 북한을 배후로 둔 해킹조직의 해킹 시도 정황도 확인됐다. 국내 외교·안보·통일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을 전해졌다.
지난 2017년 9월3일 이후 중단된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북한은 지난 2006년 이후 6차례 핵실험을 진행해 왔다.
전문가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극도로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앞으로 한국에 대해 더욱 초강경 기조로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며 “대남 전술핵 사용 훈련을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하고 적절한 시기에 전술핵탄두를 이용한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해 군사적 위협의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상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워싱턴선언을 채택했다. 북핵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을 골자로 한다.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