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지방공휴일’…광주시민 “있는 줄도 몰라”

아무도 모르는 ‘지방공휴일’…광주시민 “있는 줄도 몰라”

2018년 제정됐지만 ‘실효성’ 논란, 헌법학자도 몰라
도교육청 등 미참여…최기영 “참여율 저조”
누리꾼 “나라 갈라놓자는 취지 아니냐” 불만도

기사승인 2023-05-23 17:30:02
그래픽=안소현 기자

광주와 제주 등 일부 지역만 특별히 쉬는 날이 있다. 바로 ‘지방공휴일’이다. 2018년 ‘지자체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관공서가 특별히 쉬는 날이다. 이처럼 지방공휴일로 지정된 지역은 휴일을 권고받는다.

하지만 2020년 지방공휴일을 지정해 올해 지정 4주년을 맞은 5·18의 광주에서 쉬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지방공휴일의 실효성 논란은 계속되는 이유다.

23일 쿠키뉴스는 광주에서 20년을 산 청년 A씨에게 지방공휴일을 아느냐고 물었지만 A씨는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A씨는 “광주에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다. 쉰 적이 없다”고 어리둥절했다. 지방공휴일은 법정 기념일 중 해당 지역에서 특별한 역사적 의의가 있는 날로 지정한 것이다.

이날 익명의 헌법학자도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방공휴일에 대해 처음 들어 봐서 뭐라고 말을 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방공휴일이라는 단어가 전문가에게도 생소한 것이다. 국외 사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연방 공휴일에 연방정부 직원들이 쉰다. 하지만 거의 모든 주에서 연방 공휴일이 주 공휴일이어서 전국적으로 쉬기도 한다. 이처럼 ‘지방공휴일’ 자체는 특수한 날이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2020년 5월 8일 ‘광주시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지방공휴일 지정 조례’를 제정하고 매년 5월 18일 지자체와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에 휴업·휴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시는 올해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5개 자치구와 교육청, 각급 학교 등 261곳에 휴무를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광주시 5개 자치구도 휴무 계획으로 각 자치구 조례에 따라 전체 70%의 공무원은 쉬고 나머지 직원은 출근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조차 일부만 쉬는 상황에서 민간의 동참을 이끌어내긴 어려웠다. 광주광역시교육청과 일선 학교, 대다수 민간기업은 참여하지 않았다. 

광주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의 휴무 여부는 학교장 재량으로 정하도록 하고 시교육청 직원은 모두 출근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는 ‘돌봄 공백’ 때문이다. 민간기업이 쉬지 않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쉬게 되면 아동을 돌볼 인력이 없어서다.

광주상공회의소도 대기업 또한 사업장이 여러 군데에 있어 지방공휴일을 챙기기 힘들다고 전했다. 중소기업도 하루의 휴무 때문에 매출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휴무를 강권할 수 없다고 했다.

광주만 이같은 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 지방공휴일이 있다. 제주는 4·3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지방공휴일이 제정됐다. 이와 관련해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는 불공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0대 페이스북 이용자 B씨는 “추모는 당연히 하겠지만 지방만 공휴일이라니 이해가 안 된다”며 “나라를 더 갈라놓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민적으로 뜻을 기릴 날이 있으면 해당 지역만이 아닌 전국으로 공휴일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반쪽 휴일’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 참여 유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기영 광주 북구의회 의원은 지난 16일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광주) 지방공휴일 지정 4년 차가 됐지만 일선 공무원들을 제외하고는 참여율이 저조해 여전히 반쪽짜리 휴일이 되고 있다”며 “숭고한 5월 광주정신을 기리는 날이 될 수 있도록 주민과 공직자가 참여해달라”고 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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