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자사와 삼성페이 계약을 맺은 카드사에 ‘오는 8월10일 이후 계약을 자동으로 연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카드사들의 삼성페이 기존 계약은 8월 만료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2014년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NH농협카드 등이 참여한 앱카드협의체와 계약을 맺고 국내 삼성페이 서비스를 무료로 시작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카드사는 특별한 이견이 없으면 자동으로 삼성페이 계약을 연장하고, 카드사에 라이선스 비용만 연 단위로 받고 결제 건당 수수료는 받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기조 변화는 지난 3월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페이의 영향이 크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를 서비스하면서 애플에 결제 건당 0.15%가량 수수료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각 카드사와 개별 협상을 진행해 기본 수수료율을 애플페이와 같은 수준인 0.15%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비스 이용 건수가 많을수록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슬라이딩 계약’도 하나의 방안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점유율을 고려하면 삼성페이 유료화가 카드업계 전체에 미칠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간편결제 이용 실적은 7326억원이다. 간편결제 이용자 중 약 40%가 삼성페이 이용자다.
연체율, 자금 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악재가 겹친 카드사들은 걱정거리를 하나 더 안게 된 모양새다. 삼성페이에 건당 수수료까지 내게 되면 순이익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전업 카드사 5곳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총 4602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5957억 원) 대비 22.7% 하락했다. 카드사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연체율도 올라갔다.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연체율은 모두 1%대를 넘었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아직 계약 세부사항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부담이 커지는 것은 맞다고 입을 모았다. A카드사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1년마다 자동 연장이 됐는데 만료 3개월 전에 공문을 보낸 걸 보면 뭔가 변화가 있다는 시그널이 아니겠나”라면서도 “아직 수수료율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B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는 이미 지급결제라는 본업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세가맹점만 해도 0.5%에 불과하다. 해외와 비교했을때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수익성이 없는 상태에서 없던 비용 항목이 더 추가되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금조달시장도 힘든 상황에서 비용이 늘어나게 되면 소비자 혜택에도 영향이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카드사들은 이미 실적 부진 영향으로 소비자 혜택이 많은 이른바 ‘혜자카드’의 신규·갱신 발급을 다수 중단한 바 있다.
빅테크 플랫폼 전체에 나비효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현재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는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결제 수수료를 카드사와 나눠갖는 구조다. A카드사 관계자는 “삼성페이가 유료화되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 업체도 수수료 분배와 관련해 재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C카드사 관계자는 “삼성페이나 애플페이는 수수료를 내라고 배짱부리면 카드사들이 아니꼬워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빅테크업체는 다르다. 카드사에 수수료를 과연 전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봤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