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전세금반환소송을 고려하는 세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송비용가 절차가 부담된다면 지급명령제도를 이용하라 조언한다.
27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전세금 피해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법은 집주인에게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한 번도 소송을 겪어보지 못한 세입자들은 막상 소송 절차를 앞두고 두려운 마음을 가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전세금반환소송이 비용과 절차상 문제로 부담된다면 지급명령 제도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지급명령이란 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세입자의 신청만으로 결정문이 나오는 특별소송 절차를 말한다. 법원이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반환하라는 일종의 ‘독촉절차’라 이해하면 쉽다. 민사소송법 제462조 ‘법원은 채권자(세입자)의 신청에 따라 지급명령을 할 수 있다.’
지급명령의 가장 큰 장점은 법원에 내야 하는 인지세, 송달료가 소송 대비 10분의1 밖에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절차 역시 내용증명을 보내듯 법원이 집주인에게 지급명령 우편물을 보내면 결정문이 나오는 방식으로 매우 간소하다.
엄 변호사는 “집주인이 돌려받을 전세금이 얼마든 상관없이 필요한 서류만 제대로 갖춘다면 신청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소송처럼 세입자가 변론에 참석할 필요가 없고 변수만 없다면 평균 40여 일 내외로 결정문을 받아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급명령은 모든 상황에서 통하는 절차는 아니기에 신청 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법원이 보낸 지급명령 우편물을 집주인이 받아보지 못했다면 결정문이 나오지 않는다. 이뿐 아니라 집주인이 우편물을 확인했지만,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이 경우 결국 전세금반환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엄 변호사는 “지급명령은 변수가 없다면 소송 대비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상황을 판단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진행한다면 오히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지급명령은 돌려받을 전세금이 크지 않음에도 집주인이 돌려주지 않을 때 심리적 압박 목적으로 이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반대로 돌려받을 전세금이 크다면 지급명령보다는 전세금반환소송을 바로 제기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
한편 세입자가 전세금 피해를 봤다면 다양한 법 절차를 이용해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세금도 채권에 해당하는데 채권자가 채권회수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에 의해 소멸할 수 있다.
민법은 소멸시효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162조 제1항에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로 표기돼 있다.
엄 변호사는 “전세보증금의 채권자는 세입자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채권을 되찾으려는 권리행사를 하지 않으면 소멸시효에 의해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지급명령 절차가 통하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고 법 절차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전세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해도 법률상 권리행사로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