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끊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데, 금연 다짐만 수 차례,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다. 주변에서는 일찍 담배를 손에 들기 시작하면 나이가 들어 끊기가 더 힘들다고 한다. 젊을 때 끊는 게 훨씬 낫다는 건데, 그게 쉽지가 않다. 박한별(가명·28·남) 씨도 담배를 손에서 놓기까지 비슷한 고민을 했다.
병원 시설팀에서 근무하는 박 씨는 흡연이 자연스러웠다. 아버지와 4살 위 형이 일상 중 담배를 자주 피우는 모습을 보며 커왔다. 박 씨는 “나쁘다, 해롭다는 생각보다 담배에 대한 선망과 호기심이 컸다”며 “친형이 피우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면서 어느 새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5년간 담배는 박 씨가 어딜 가든 함께했다. 보통 이틀간 한 갑의 양을 피웠고, 지인들과 술을 마시는 날이면 대여섯 개비를 더 손에 쥐었다. 흡연을 하면서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곤 했다. 금연 시도를 안 해본 것도 아니다. 짬을 내 보컬학원을 다닐 정도로 좋아하는 노래를 더 잘 부르고 싶었다. 몸이 안 좋아 병원을 갈 때면 “금연이 필요하다”는 의사들의 한결같은 말도 신경 쓰였다. 기침이 잦아지면서 담배에 얽매인 자신을 바꿔보고 싶었다.
박 씨는 군 입대를 하면서 작심했다. 군 생활을 통해 하나는 얻고 나오자는 마음을 먹고 금연을 시작했다. 박 씨는 “2019년 1월7일, 금연을 시작했다”며 “신병교육 기간 동안 강제로 금연할 수 있었지만, 그 기간이 금연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교육이 끝난 후 다시 마음껏 피울 수 있게 됐을 때 금연을 다시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금연을 다짐할 때 뭔가에 의지하면, 그 존재가 무의미해지거나 사라질 순간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는 게 좋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 씨는 “흡연이 간절해지는 시기가 있었지만, 한 번씩 막아주던 군대 동기의 말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됐고 그래서 금연 의지를 놓지 않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금연 시작 후 일주일가량은 박 씨에게도 괴로운 시간이었다.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담배가 없으면 도대체 무엇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지도 막막했다. 극심한 금단 현상이 내리막을 탈 무렵 박 씨는 전과 다른 생활을 체감했다고 했다. 피로감이 확실히 줄었다. 스트레스도 덜했다. 자신감이 더해졌고, 표정이 풍부해졌다. 몸과 옷에서 냄새가 사라졌다.
박 씨는 “기본적으로 담배 생각 자체를 안 하려고 노력했다. 담배를 떠올리는 순간순간마다 할 수 있는, 또는 해야 하는 다른 일들에 집중하려고 했다”며 “제대로 끊은 이후론 권하는 담배도 단호하게 거절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누군가에게 억지로 금연을 권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결국 의지가 중요한 만큼 권유에 따라 시작하기보단 자신의 필요에 의한 시도와 결심이 도움이 될 거라고 강조했다.
“제가 대단해서 담배를 끊을 수 있었던 게 아닙니다. 다만 담배를 피우면서 불편하고 걱정되는 점이 있었고, 금연을 하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좋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 건 모두가 알죠. 저도 그 사실을 알고 피웠고요. ‘금연이 꼭 필요한 것인가’라고 자신에게 물었을 때 어떤 답이 나올지는 다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담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 오히려 유발”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사회생활에 지친 청년들이 대부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흡연을 시작하거나 지속하는 것 같다며 오히려 박 씨처럼 금연을 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말한다.
이혜준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흡연자들은 흔히 담배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 된다고 말하지만, 실제 담배는 각종 질병과 신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담배를 끊은 사람과 계속 피우는 사람의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한 결과 담배를 계속 피운 사람은 6개월 동안 자신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에 변화가 없었던 반면, 담배를 끊은 사람은 금연 후 6개월 동안 스트레스 수준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순간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담배를 피우는 것은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조언도 있다. 서민석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가 없는 현대인은 없겠지만 금연은 하루라도 젊을 때 시도하는 것이 좋다. 금연하면 암, 폐질환, 심뇌혈관질환 등 각종 병의 위험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면서 “1년 동안 하루 1갑을 피운다고 가정했을 때 금연하면 164만2500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의들은 ‘금연 팁’으로 규칙적 운동과 점진적 긴장이완법, 14초 심호흡이완법 등 다양한 심호흡법, 금연클리닉 이용 등을 제안한다.
서 교수는 “금단 증상을 이겨내는 게 쉽지 않다. 금연클리닉에서 상담을 받고 실천하면 훨씬 수월하게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며 “금연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흡연을 이어간 수년 후 여러 질환으로 고생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 담배를 사기 위해 지출하는 금전적 손실 등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금연 기간 중 11주 동안 중강도의 유산소운동을 실시한 결과 운동이 흡연 욕구를 억제시키고 금단 증상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며 “바쁜 일상으로 인해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짬짬이 할 수 있는 신체활동을 찾아보고 실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상생활 신체활동으로는 △출퇴근 시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서 가기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 이용하기 △누워 있는 시간 줄이기 △전화통화 서서하기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국가금연지원센터를 통해 금연클리닉 비용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금연은 전문가의 조력도 중요하다. 근처 병·의원 금연클리닉이나 보건소를 방문해 진료와 상담을 받을 것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