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최고위원 후보에 현역 의원이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당내에선 의원들이 총선을 1년 앞두고 최고위원직을 하는 것에 대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거 같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공석 최고위원 후보 6인은 모두 원외인사다. 이 중 31일 자격심사를 마치고 정식으로 등록된 후보는 천강정 작가, 김가람 전 국민의힘 청년대변인, 이종배 서울시의원이다. 이들은 오는 5일 방송토론회를 갖고 9일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 투표를 할 예정이다.
선거관리위원을 맡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선관위 2차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후보자가 6인을 초과하지 않아 예비경선을 따로 실시하지 않게 됐다”며 “(후보 컷오프 기준에 대해선) 이전 선거 당시 부적격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등 재선급 의원들이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올랐지만 등록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기현 대표 체제가 조금 이상하게 됐다. 기대만 못하게 됐다”며 “실제로 중요한 핵심의제 결정은 다른 데서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용산이 아니고 당내에서 ‘5인회’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이런 얘기들이 있다 보니까 출마 기탁금 4000만원을 내고 이게 가성비가 나오냐”고 말했다.
당내에선 의원들의 불출마에 대해 총선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최고위원직이 지역구 활동에 도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당내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아서 되는 게 목표지 내 정치를 펼치겠다고 하는 의원이 없다”며 “다음 총선 준비까지 사고 없이 진행돼서 현 지역구에서 다음 공천을 한번 받아보는 게 목표인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기현 지도부가)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작용한 거 같다”며 “지도부가 빠르게 무너질 수도 있을 거 같다”고 관측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최고위원은 초선 의원이 하는 게 관례가 됐다. 재선 이상 의원들은 출사표를 던지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초선 의원들은 누군가에게 출마 권고를 받아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던 거 같다”고 전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지도부에 입성해봤자 어떤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걸로 읽힌다”며 “그럴 바엔 ‘지역구 활동이나 열심히 하자’라고 생각한 거 같다”고 설명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