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기약없던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와 대한민국의 일상이 회복됐다. 많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왔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일각에서는 아직 확진자가 적지 않은 만큼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말한다. 지난 1일 맞은 3년 4개월만의 해방일,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1일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되면서 확진자 7일 격리의무는 5일 격리권고로 전환됐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요양 병원·시설 등 입소형 감염취약시설 이외의 모든 장소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입국 후 3일 차 유전자 증폭(PCR) 검사 권고가 사라지고, 임시선별검사소 운영도 중단됐다.
시민들은 환영했다. 한 식품회사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이호성(29) 씨는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해 제한됐던 것들이 많이 해소돼 좋다”며 “업무를 하면서 외부인과 접촉하는 일이 많은데, 그간 번거로운 절차 같은 것들이 사라져 편해졌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김혜성(28) 씨는 “이미 주변에서 마스크를 철저히 쓰는 사람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두려운 질병’이 아닌 ‘일반적 감기’로 변한 것 같다”고 했다.
동네병원들도 차근차근 준비한 일상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이비인후과의원 A원장은 “지난달까지는 마스크를 안 쓰고 오는 환자에게 마스크를 나눠줬었지만 1일부터 기준이 마스크 착용 권고로 바뀌면서 환자 자율에 맡기고 있다. 병원 게시판에 부착했던 마스크 착용 의무를 알리는 스티커도 바로 제거했다”고 전했다. 이어 “마스크 착용과 격리 의무가 유연해져 한편으로는 마음이 가볍다”며 “최근 감기 환자 진료가 많았는데, 어제부터 확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감염 고위험군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A원장은 “코로나19가 독성이 많이 낮아진 상태라고는 하나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인천의 한 내과의원 B원장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이 코로나19 증상으로 내원할 경우 찜찜한 마음이 생겨 검사를 계속 권유하고 있다”면서 “현재 상황으로는 검사 결과가 양성이 나오더라도 약 처방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어 혼란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약국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지만 약사나 약국 직원들은 당분간 마스크 착용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민필기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마스크를 쓴 손님과 쓰지 않은 손님이 반반 정도인 것 같다”며 “현재 거의 모든 약국 종사자들은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적인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혹시 모를 원내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중이다. 한 상급종합병원 C관계자는 “마스크 의무 착용과 더불어 병동 보호자 휴게실 폐쇄, 직원 간 접촉 최소화, 식당 칸막이 설치 등을 유지하고 있다”며 “입원환자나 상주하는 보호자의 경우 PCR 검사가 의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요양병원도 실질적인 일상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홍승묵 성미카엘요양병원장은 “의료진을 포함한 전 직원과 환자 면회객 등 병원 방문객들에게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보니 일상 전환이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홍 원장은 “다만 요양병원에서 매주 1회 시행하던 코로나19 검사가 1일부터 권고사항으로 바뀌어 검사에 따른 애로가 덜해졌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확진자 격리 의무가 자율로 전환된 만큼 아프면 쉬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격리 참여자에 대한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 지원 등을 한시적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코로나19 대응은 범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대신 보건복지부 중심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총괄한다.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을 맡은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달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주재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보건·방역 당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중수본 운영을 이어가겠다”며 “향후 방역 상황을 빈틈없이 관리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