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올여름 ‘슈퍼 엘니뇨’가 닥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폭우와 태풍으로 손해보험사들이 지급할 돈이 많아지면, 자동차보험료 인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7월 중순~8월 중순 사이 예년보다 많은 비가 예상된다. 엘니뇨 현상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섭씨 0.5도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올해는 특히 슈퍼 엘니뇨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평년보다 2도 이상 차이가 나면 학계에서는 슈퍼 엘니뇨라고 지칭한다.
슈퍼 엘니뇨가 발달하면 한반도에 폭염과 폭우가 동시에 올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3개월 전망’에서 6월과 7월 기온이 평년기온(6월 21.1~21.7℃·7월 24.0~25.2℃)과 비교해 높을 확률과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이고 낮을 확률이 20%로 제시했다. 또 통계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한반도에 수증기가 많이 유입돼 남부지방 중심으로 강수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폭우나 태풍 등 자연재해 발생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에서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말한다.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는 지난달 31일 보고서를 내 “한국의 경우 엘니뇨 발달 시기 여름철에는 남부 지방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강수량과 강수일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평년보다 낮아진다”면서 “이상기후로 인한 자동차, 일반보험 관련 사고율 상승과 침수 피해 발생으로 인한 손해율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과거 대비 보험사들의 손익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여름 이후 손해율 악화는 보험사가 매년 겪는 현상이다. 지난해에도 7월까지 70%대 중후반을 유지했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월 이후 80%대를 넘겼다. 하반기에는 80%대 중후반까지 악화되기도 했다. 자동차보험은 일반적으로 손해율이 80% 초반을 유지할 때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해율 80% 넘어서면 보험사가 적자 보는 셈이다.
올해 1분기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년 전보다 소폭 상승했다. 올해 1~3월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대형 4개 사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77.4%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p 올랐다. 손해율은 삼성화재 77.3%, KB손해보험 77.0%, DB손해보험 77.5%, 현대해상 77.6%로 현대해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올랐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7~8월 서울 강남과 경남 포항 일대에 폭우와 태풍이 몰아친 이후 손해율이 올랐다. 매년 1분기는 손해율이 괜찮다가 여름에 상승하고, 가을에는 잠잠했다가 4분기에 또 올라가는 계절적 영향이 있다”면서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손해율이 당연히 높아질 거라는 예상을 어느정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년 적자였던 자동차보험 영업은 2021년과 2022년 흑자를 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유가 급등 영향으로 교통량이 줄어들었고 자연히 사고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손해율 개선은 손보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배경 중 하나로도 꼽힌다.
다행히 보험사들이 재보험을 가입했기 때문에 손익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재보험은 보험회사가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든 보험을 말한다. 그러나 재보험 가입은 보험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재보험으로 헷징(리스크 회피)을 했지만 일정 금액이 넘는 손해가 나면, 보험사에서는 또다시 재보험을 들어야 하고, 그럼 재보험료가 큰 폭으로 올라간다”면서 “재보험료가 늘어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비용관리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보험사의 비용 상승은 곧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