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시간은 길어도 20분, 3주간 12번 치료하는데 총 5000~5500만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홍채선 연세의료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12일 국내 최초 도입된 ‘중입자치료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연세의료원은 이날 중입자치료센터 공식 개소식을 열고, 중입자치료기 시설 투어를 진행했다.
중입자치료기는 수술 없이 암세포를 정밀 조준해 타격하는 방식을 쓴다. 합병증, 후유증, 부작용이 거의 없어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전 세계적으로 6개국, 15곳의 치료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연세의료원이 3000억원을 들여 국내에 처음으로 중입자치료기를 들여오면서, 난치암 치료에 새 길이 열렸다. 그간 암 환자가 중입자치료를 받기 위해선 독일, 이탈리아 등 해외 원정을 나가야만 했다. 이 경우 소요 비용이 1~2억원에 달해 환자들의 어려움이 컸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4월28일 60대 전립선암 2기 환자를 대상으로 첫 진료를 시작했다. 이날 첫 조사 이후 3주간 12회에 걸쳐 치료를 했고, 현재는 치료가 끝나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완치 판정을 내리려면 1~3년은 모니터링 해야 하는 전립선암 특성상 치료 결과를 확인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치료 기간이 ‘3주’로 짧은 덕에 개시 한 달 만에 10명의 환자가 12회 치료를 마쳤다. 이 중엔 전립선암 1기였던 러시아 환자도 1명 포함돼 있다. 현재는 본국으로 돌아가 상태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20여명이 치료 중에 있으며 치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는 50여명에 달한다. 홍 교수는 “일주일에 화·수·목·금 4번, 하루 12명의 환자를 받고 있다”면서 “현재 장비의 안정성 등을 체크하고 있어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나중엔 하루 24명까지 가능하도록 치료 기회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자의 투병생활 전반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사선치료는 6개월 이상 30~40회 치료가 진행되는 반면, 중입자치료는 3주간 12회로 환자 부담이 적다. 환자가 느끼는 통증이 거의 없어 바로 귀가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전립선암만 치료 적용… 12월 암종 확대 계획
연세의료원이 도입한 중입자치료기는 일본 도시바 제품으로,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다.
현재는 고정형 1대로 ‘전립선암’ 치료만 이뤄지고 있다. 고정형 치료기는 말 그대로 빔이 나오는 곳이 한 곳에 고정돼 있어 원하는 각도로 조사하기 어려워 다양한 암종을 치료하는 데엔 제약이 있다.
홍 교수는 “고정형 치료에 최적화된 암종이 전립선암이다. 왼쪽, 오른쪽에서 각각 한 번씩 조사하면 되기 때문에 여러 각도가 필요하지 않다”며 “고정형 치료기는 전립선암만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2월엔 회전형 치료기를 가동해 치료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치료에서 치료 효과가 낮은 간, 췌장, 폐, 골육종 등 난치암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회전형 치료기는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쏴주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환자 암세포에 집중 조사가 가능하다.
홍 교수는 “회전형 치료기 개시는 12월이 목표”라며 “간암, 폐암, 췌장암 등도 치료 암종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전형 치료 비용은 아직 미정”이라면서 “회전형 치료기는 말 그대로 여러 각도에서 정밀 타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고난이도 기술이 요구되는 만큼 고정형에 비해 비쌀 순 있다”고 전했다.
윤동섭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이날 개최된 개소식에서 “고정빔 치료실 외 회전형 치료실 2개가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에 모두 가동하게 되면, 대한민국 의료기관에 도입된 단일 장비로서는 역대 최고가 치료 시스템이 될 것”이라며 “세브란스와 연세암병원이 세계 의료시장에서 당당히 경쟁을 펼치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