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최근 보험사가 백내장 입원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건에 대해 “일정시간 입원 관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입원치료”라고 인정해 재판부가 환자의 편을 들어준 판결이 나왔다.
B보험회사, 백내장 보험금 지급 거절하려다 1심서 패소
부산지방법원(판사 이영갑)은 지난 4월 가입자 A씨가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B보험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2년 B보험회사의 실손보험을 가입한 A씨는 2022년 7월 ‘노년백내장’으로 양안에 수정체 초음파 유화술 및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 등의 치료를 받고 환자부담총액인 1402만6240원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B보험회사는 A씨에게 시행된 수술은 ‘안경, 콘택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에 해당하며,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은 경우에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인데, A씨는 입원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재판부는 ”백내장으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것은 백내장이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시력 개선의 효과가 있지만, 백내장 수술이 단순히 ‘외모개선 목적의 치료로 인하여 발생한 의료비’로 보기는 어렵다”라며 “의료기술의 발달에 따라 백내장이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 시력교정의 효과가 부수적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사법부는 입원치료 여부 역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사안으로 수술 후 통증 및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일정시간 입원 관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A씨의 담당 의사 소견을 받아들여 이 사건을 입원치료라고 인정했다. 위와 같은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B보험회사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고 A씨에게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부분의 합계액 중 90%에 해당하는 1262만3616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최근 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에 대해 입원보험금이 아닌 통원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주요 근거로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판결을 삼고 있다. 이는 ‘판결 이유’가 기재돼 있지 않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대법원 판례’가 아니다. 즉, 백내장 수술이 ‘통원치료’인지 ‘입원치료’인지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백내장 관련 분쟁은 건 별 사건으로 봐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입원치료가 인정된 이번 판결이 통원치료라고 우기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보험사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보험금 부지급 공동소송 1800명 넘어서…정부 대책마련 시급
보험금을 못 받은 일부 소비자는 보험사를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했고,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이하 실소연)를 통해 공동소송에 참여한 환자가 1800여명이 넘어선 상황이다. 공동소송뿐만 아니라 개별적으로 소송에 참여한 환자는 전국적으로 수 천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백내장 보험금 부지급 사태가 1년이 지나도록 금융위 및 금감원, 정책당국이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 않아 국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백내장 이슈와 관련한 보험금 지급 거부 과정에서 손해보험사들이 담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조사에 나선 것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실소연은 손해보험사들에 대한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적극 지지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피해자 구제를 촉구한 바 있다.
반면 보험사들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금융위 및 금감원은 이 사태에 대한 뚜렷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경인 실소연 대표는 “최근 사법부의 백내장 보험금 분쟁 관련 환자 승소 판결을 존중하며 매우 환영한다”라며 “이후 진행되는 보험금 부지급 소송 건도 환자 승소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도 선의의 피해자들이 사법부를 통해 구제받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피해를 회복하고, 거대 보험사의 일방적인 전행을 견제하는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