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210만주(2.04%)를 주당 3만9600원씩 총 831억6000만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공시했다. 취득 주식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이며 다음 달 31일부터 8월 21일까지 매수한다. 취득 가격은 복수 외부평가기관의 주식가치 평가 결과와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사회가 정했다.
교보생명은 손해보험업 진출 추진도 공식화했다. 교보생명은 같은날 이사회에 손해보험업 진출 필요성과 배경 등 안건을 보고했다. 교보생명 측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자사주 취득과 손해보험업 진출 추진은 금융지주사 전환 준비 과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은 지난 2월 지주사 설립 추진을 공식화하고 이사회에 지주사 전환 전환 로드맵을 보고했다. 최종 출범 목표 시기는 내년 하반기다. 교보생명이 지주사 설립에 성공하면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최초다. 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에 이어 두 번째 사례가 된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5년부터 지주사 설립을 추진해왔지만 공식적으로 밝힌 건 올해가 처음이다.
지주사 설립 한 과정으로 교보생명은 지난 4월에는 대체자산운용사인 파빌리온자산운용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했다. 파빌리온자산운용은 ‘교보AIM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신성장 동력 발굴, 관계사간 시너지 창출 등을 모색하려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지주사 전환이 신창재 교보생명그룹 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 승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지분율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지주회사 전환은 많은 기업의 경영권 강화와 승계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또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금융사를 추가 인수해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의 방법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컨소시엄(어퍼니티)과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변수는 어퍼니티 등 여러 주주들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다. 교보생명은 2대 주주인 어퍼니티 컨소시엄과 2조원대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교보생명 지분 약 24%를 보유 중이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인적 분할을 하기 위해서는 주주 동의가 필수적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은 지난 4월 공식석상에서 “금융지주사 전환은 주주와 회사가 윈윈할 수 있는 작업”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회사 입장에서 주주들을 다 설득하려고 한다. 일부 FI들이 잘 이해를 못 할 수 있으니 열심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 금융지주 전환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고 내용이 복잡해, 얘기를 듣고 이해득실을 따져보려고 대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