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일까 공유경제일까”…공유숙박을 둘러싼 시각 [공유숙박의 미래①]

“불법일까 공유경제일까”…공유숙박을 둘러싼 시각 [공유숙박의 미래①]

공유숙박, 여전히 불법 테두리에 갇혀
도심 내 내국인 공유숙박 이용은 불법
법과 현실의 괴리…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기사승인 2023-06-30 06:00:22
지난 2008년 미국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는 글로벌 공유숙박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은 전세계 에어비앤비 이용 국가 중 경제적 파급효과 상위 16위를 기록했다.   사진=에어비앤비

“여행이 아니라 친구네 집 온 것처럼 해주세요!”

지난해 여름 A씨는 친구의 생일파티를 위해 서울에 있는 오피스텔을 에어비앤비(글로벌 공유숙박 플랫폼)로 예약했다. 예약 당일 체크인 과정에서 집주인은 A씨에게 위와 같은 문자를 보냈다. 

A씨는 그저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이후 도심에서 내국인이 공유숙박을 이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새 범법자가 된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에어비앤비가 한국에서 창출한 경제효과는 1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에게는 수익을, 숙소가 있는 지역에는 경제적 혜택이 돌아갔다고 밝혔다. 

공유숙박업이 우리 경제에 주는 파급효과에도 공유숙박은 여전히 불법의 테두리에 갇혀있다. 우선 관광진흥법에 따라 도심지역에서 공유숙박은 ‘외국인’만 가능하고, 건축법에 따라 ‘오피스텔’ 내에서 모든 형태의 숙박 영업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에서 공유숙박이 안 되는 이유는 현행법상 오피스텔은 업무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을 제외한 모든 형태의 주택에서 공유숙박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단독주택‧다가구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을 공유숙박으로 사용할 때에는 인접세대(직상 하층 포함) 동의를 얻은 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록을 해야 공유숙박 자격이 주어진다.

외국인만 공유숙박을 이용할 수 있는 이유는 관련법이 ‘관광진흥법’이기 때문이다. 한국 여행을 온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의 가정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또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공유숙박이 불법인 것도 아니다. 내국인은 농어촌 지역에서 민박과 한옥 체험은 가능하다. 한국인의 서울과 부산에서 공유숙박은 불법이고, 철원과 곡성에서는 합법인 기묘한 현상이 벌이지고 있는 것이다. 

공유숙박, 호텔에서 느끼지 못하는 장점 많아

법적 규제 속에서도 도심에서 공유숙박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공유숙박을 이용자 다수가 “호텔에서 느낄 수 없던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모임 용도로 공유숙박을 종종 이용한다는 정모(28‧여)씨는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가 원하는 위치에 있는 숙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국내외 에어비앤비를 수차례 이용해본 김모(29‧여)씨는 공유숙박은 호텔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했다. 김씨는 “정형화된 호텔에 비해 컨셉도 다양하고 여러가지 체험도 연계되어 있기에 여행이 즐거움이 배가 된다”고 말했다.

큰 공간의 사용이 장점이라고 응답한 김모(30)씨는 “호텔보다 넓은 공간이 필요해 공유숙박을 이용했다”며 “가격과 위치 등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불법 공유숙박의 성황으로 인한 피해도 많았다. 불법 공유숙박은 위생이나 안전 등에서 정부의 관리감독 대상이 아니기에 범죄 현장으로 쉽게 선택된다. 실제 지난 2019년 국내 에어비앤비 숙소에 한 남성이 불법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을 몰래 촬영하려다 미수에 그친 경우도 있었다. 

서울 용산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중인 배모(30‧여)씨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의 사람들 옆집에 공유숙박이 있었으면 지금과 같이 스트레스 받진 않았을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매일같이 드나드는 사람은 바뀌고, 새벽까지 들리는 소음에 집에 있는 게 괴롭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피스텔 관리실도, 경찰서에도 신고를 해봤지만 현장 적발이 어렵다는 답만 들었다”며 “그저 옆집에 가서 조용히 해달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대표적인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는 이용 당일에 구체적인 주소가 공개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용객들은 예약 당시 이곳이 오피스텔인 것을 알 수 없다. 

오피스텔에서 공유숙박을 이용했던 이모(33)씨는 “오피스텔형 공유숙박이 불법인줄 몰랐다”며 “공유숙박 이용 시 옆집에서 조용히 하라고 문을 두들긴 경우가 있었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위의 사례와 같이 가장 큰 문제는 △도심에서 내국인의 공유숙박은 불법이고 △오피스텔은 숙박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용객들이 알지 못한다. 정부의 단속과 규제도 실효성이 없다. 사회적으로 이미 공간대여 등 공유숙박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무작정 규제와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공유숙박,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

우리 사회에는 공유숙박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쿠키뉴스가 만난 다수의 이용자들은 “소비자의 편익 면에서 공유숙박이 활성화돼야 한다”면서도 “현행 공유숙박도 문제점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국인의 이용을 제한하고 오피스텔 공유숙박을 금지하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29)씨는 “사람마다 다 필요한 상황이 있고 내국인도 도심 숙박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다 불법으로 치기엔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지방에서 서울로 시험을 보러 가는데 호텔은 가격이 비싸고,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컨디션 조절이 어렵다”며 “이럴 때 오피스텔형 공유숙박을 이용한다. 일률적으로 다 규제하는 건 소비자의 편익을 저해하는 일””고 말했다. 

청소 수수료 지급도 논란거리다. 1년에 최소 6번은 공유숙박을 이용한다는 윤모(30‧여)씨는 “공유숙박에서 초기에 제시한 금액과 최종 결제금액이 달라 당황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청소도 다 하고 가라면서 청소 수수료는 왜 받는 건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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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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