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그만 봤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좋은 일은 아니잖아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A씨의 말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옥시와 애경이 피해조정안에 찬성하지 않으면서 아직까지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 5월 예정된 국회 공청회가 무산돼 6~7월 재개될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8일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조정안 어떻게 볼 것인가’ 제1회 연속 토론회가 개최됐다. A씨는 이 자리에서 쿠키뉴스에 재산 매각결정 통지서를 보여주면서 “조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며 “계속해서 주변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는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종국성(조정이 이뤄지면 기업에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의미)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은 안식 법무법인 한결 대표 변호사는 종국성 확보를 통해 조정안에 찬성하지 않은 옥시와 애경의 복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 변호사는 이날 의제 발표를 통해 “종국성 확보를 위한 국회 차원 공청회가 중요하다”며 “종국성 확보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통해 조정 성사의 중요한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특별법 개정은 조정에 부동의하는 기업에 대한 압박 효과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는 기업이 현재의 분담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후 정부가 피해자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고 설파했다. 임 교수는 이날 “기업이 한번의 합의를 벗어나서 계속 반복 보상하기는 어렵다”며 “중복성에 대한 문제가 있다. 기존에 발생된 부분들은 조정안을 통해 범위를 확장하고 나머지 미래에 발생하는 문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안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피해자들 간의 반목이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장동엽 전 가습기살균제 전국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이날 토론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며 “피해구제와 특별법 등을 만들었고 지난 2016년엔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안타까운 지점은 피해자들이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할 수 없었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사이에 반목이 있다. 조정위원회 직전까지 싸우지 않겠다는 합의를 하는 등 날짜를 정해놓고 싸우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