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성수기인 여름을 맞아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지키려는 자와 1위 자리를 탈환하려는 자의 싸움이 치열하다. 시장이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자 국내 주류업체들은 맥주 신제품을 출시하고 기존 제품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오비맥주·하이트진로 전쟁의 서막
11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 4월부터 닐슨코리아 자료를 활용해 판매실적 순위를 지속 공개하고 있다. 벌써 세 차례 공개로, 오비맥주는 가정채널 점유율에서 제조사 순위 1위, 오비맥주의 브랜드 카스 프레시는 브랜드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오비맥주는 자료에서 “본격적인 엔데믹 전환, 각종 신제품 출시 등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환경 속에서도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판매 실적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유지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오비맥주가 해당 시장 점유율을 발표한 시점은 경쟁사 하이트진로가 신제품 켈리 맥주를 출시한 시기와 비슷하다. 같은 달 하이트진로는 켈리를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자사의 제품 카스를 추격하는 하이트진로의 켈리를 의식한 행보라고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켈리와 테라를 합쳐 2012년 오비맥주에 내준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다. 켈리의 초기 점유율을 10%대로 끌어 올리고, 시장 점유율 30% 후반을 기록하고 있는 테라와 합치면 1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켈리는 출시 36일 만에 판매량 100만 상자를 돌파하며 초기 흥행 성공 성적표를 받았다. 국내 맥주 브랜드 중 최단기간 100만 상자를 판매했던 테라보다 3일 빠른 기록이다.
켈리 초반 인지도 확대 중요
하지만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국내 맥주 가정시장 점유율 절반가량은 여전히 오비맥주가 가져가는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올해 1~5월 편의점 48.5%, 개인슈퍼 66.3%, 할인점(대형마트) 43.1%, 체인대형 43.2% 등 점유율을 기록했다.
켈리를 출시한지 3개월이 조금 넘은 하이트진로 입장에서 올 여름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하이트진로의 켈리 마케팅의 핵심은 수익성이라기보다 점유율 확대”라며 “이를 위해 켈리와 같은 올몰트 맥주 ‘맥스’를 단종시키고 켈리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경영 차원에서 영업이익도 관리해야 하는 만큼 많은 투자가 필요한 점유율 확대 마케팅 전략을 계속 끌고 가기엔 어려울 것”이라며 “최소 6개월에서 1년여 정도 후에 켈리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전략은 초반이 중요하다. 인지도를 확 높여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지 못하면 초기 투자비용 회수가 어려워지고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또 켈리가 시장 점유율 확보에 성공하더라도 카스 점유율을 뺏는 게 아니라 테라 점유율을 나눠가지게 된다면 이 역시 하이트진로 측에는 좋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식당과 술집 등에서 판매되는 맥주 점유율 싸움은 치열한 상황이다. 하이트진로가 상당한 물량을 풀면서 약간의 점유율 변동이 이뤄지고 있지만 경쟁사인 오비맥주도 시장 사수에 사활을 걸면서 세 확장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점주는 “켈리 출시 이후 주류 업체들의 영업이 더욱 치열해진 느낌을 받는다”면서 “아무래도 냉장고 사이즈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맥주를 넣기 위해서는 자사 제품 빼거나 타사 제품을 빼야 하는데 다들 타사 제품을 빼려고 더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엔데믹 첫 여름 승자는?
싸움은 이제부터다. 본격 여름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이를 잡기 위한 양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여름 성수기를 맞아 서울 강남, 대구, 부산에서 켈리 팝업스토어 '켈리 라운지'를 운영하고, 웹 예능 '워크맨'에서 방송인 장성규가 켈리 판촉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높여오고 있다.
오비맥주도 대규모 '카스쿨' 캠페인을 시작으로 여름 성수기 마케팅에 돌입했다. 6월 중순부터 약 두 달에 걸쳐 전개되는 카스쿨 캠페인은 홍대 메인 상권인 상상마당 인근 팝업 매장으로 포문을 열었다. 다음달 19일에는 '카스쿨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오비맥주는 자사의 또다른 맥주 브랜드 한맥을 활용하고도 있다. 오비맥주는 최근 서울 강남, 신사, 홍대 등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판촉 활동인 '한맥 퍼레이드'를 벌여왔다. 곤룡포, 수문장 의상 등 전통복을 입은 판촉 직원들이 유흥주점에서 손님과 함께 사진 찍고, 한맥을 주문하면 선물 등을 주는 이벤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인지도 확대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며 “가정 채널 입점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썬 유흥채널 들어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제품에 있어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제품 경험을 해보는 것”이라며 “한 분이라도 많이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판촉활동을 비롯해 여름 프로모션, 맥주 축제 지원 등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도 “아무래도 맥주 1위 브랜드가 카스니까 이를 지키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한맥 역시 리뉴얼한 신제품이라 같이 투 트랙 전략으로 나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오비맥주가 가진 맥주 포트폴리오는 카스와 한맥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버드와이저, 호가든, 스텔라 등 브랜드가 추구하는 마케팅 방향에 맞춘 전략도 이어갈 것”이라며 “특히 올해는 엔데믹 첫해인 만큼 다양한 축제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