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할 수 없는 에너지. 정해진 장르도, 이미지도 없다. 매 순간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 무대 위에서는 언제나 설레는 소년이 된다. 이런 순간들이 모여 어느새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밴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역삼동에서 밴드 SKIPJACK(스킵잭)을 만났다.
보컬 남유식, 기타 강산터, 베이스 김민수, 드럼 남건욱. 97년생 동갑내기들이 만나 밴드를 결성했다. 스킵잭은 지난해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경기콘텐츠 진흥원 인디스땅스’ 등 국내 유수의 록·인디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며 강렬한 신예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초에는 음원 ‘Push Off!’를 발매하며 본격적인 활동의 신호탄을 쐈다.
스킵잭의 첫 시작은 2011년 경기 광명의 한 중학교였다. 체육 시간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 함께 음악을 듣던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밴드 구성원이 됐다. 통기타로 시작해 차차 악기를 하나씩 늘려나갔다. 어설픈 순간도 있었다. 합주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찾아간 교회 연습실에서는 조금만 크게 연주해도 관리인 할아버지가 찾아와 혼을 냈다. 녹음이 익숙지 않아 같은 부분을 수십 번씩 반복해서 연주한 적도 있었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예술 청소년들의 목표였던 ‘광명시 청소년 종합예술제’에도 매년 참가했다. 마지막 기회였던 고등학교 3학년, 원하던 우승을 차지했다. 보컬 멤버 남유식은 그 순간을 “음악에 미치게 된 계기”라고 회상했다. 그는 “짧은 찰나 ‘나 정말 음악 하기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밴드 활동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18년 첫 음원 ‘Track 1’ 발매 이후, 멤버 전원이 입대하며 장기간 활동을 중단했다. 밴드 활동을 재개하게 해준 건 페스티벌과 경연대회였다. 장르 특성상 문화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인디 밴드들이 유일하게 공모 지원을 받을 기회였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많은 관객 앞에 스킵잭을 보여준 기회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무대 위에서, 멤버들은 비로소 ‘이제야 제대로 활동한다!’라고 느꼈다.
신곡 Push Off!는 스킵잭의 정체성과 색깔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일본 서브컬쳐, 스케이트 문화 등을 곡에 녹였다. 남유식은 “지금까지 음악 외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것저것 빠져들어 경험해 보니 어느 시점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정립이 되기 시작했다”며 “좋아하는 잡다한 것들을 모아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게 스킵잭의 장점”이라고 했다.
스킵잭은 ‘덕업일치’의 완벽한 사례다. 좋아하는 취미가 곧 직업이 된 이후에도, 변함없이 음악을 하면 가슴이 뛴다. 생계를 위해 다른 일과 음악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음악은 포기할 수 없다. 성장 동력을 묻는 말에 멤버들은 모두 공연이라 답했다.
남유식은 “내가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일을 하니까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 세상에 지금 내 나이대에 나보다 행복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힘든 순간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건 복 받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드럼을 치는 남건욱도 “원동력은 확실히 공연”이라며 “우리를 보여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많이 성장하고 변화한 순간은 우리 노래와 에너지를 관객에게 보여드린 순간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스킵잭이 첫 음원을 발매한 지 5년이 되는 해다. 5년 후의 스킵잭은 어떤 모습일까. 베이스 김윤수는 “글래스턴베리 같은 해외 유명 록 페스티벌에 참가해 수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하고 있을 것 같다”며 “스킵잭이라고 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세대와 향유 공간이 있는, 대체 불가능한 밴드가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좋아하는 일을 좇아 달려온 시간,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던 순간까지. 스킵잭이 걸어온 길은 어쩐지 청년들의 고민과 닮았다. 남유식은 인생에서 과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 머뭇머뭇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지 알 바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하고 싶은 것들 다 해나가겠습니다. 스킵잭이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지켜봐 주세요.”
박은지 쿠키청년기자 apples2000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