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암 찾고 약물 적용…“디지털 병리 정착, 국가가 지원해야”

빠르게 암 찾고 약물 적용…“디지털 병리 정착, 국가가 지원해야”

19일 대한병리학회·의료기기산업협회, 정책간담회 개최
디지털 병리, 억 단위 초기 비용으로 병원 도입 주춤
“환자 예후 개선과 산업 활성화 위해 정부 지원 필요”

기사승인 2023-07-19 18:36:55
대한병리학회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19일 루닛 본사에서 정책간담회를 열고 국내 디지털 병리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패널 토론에는 이경분 서울대학교병원 병리과 교수, 정찬권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 팽경현 루닛 이사, 김형주 한국로슈진단 전무, 곽태영 딥바이오 이사가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박선혜 기자

암을 정확히 구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병리 진단검사. 최근 병리 검사를 디지털화해 결과를 빠르게 도출하고, 효과가 높은 약도 선별해 내는 디지털 병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거액이 들고, 도입해도 보상 체계가 없어 병원 대부분은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병리 전문가들은 암 치료와 관리의 질을 끌어올리려면 국가가 나서 디지털 병리 도입을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병리학회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19일 루닛 본사에서 정책간담회를 열고 국내 디지털 병리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디지털 병리는 디지털 스캐너를 이용해 병리학적 슬라이드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해 저장하고, 그 이미지를 병리학적 진단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만성적인 병리 전문가 인력 문제와 슬라이드 보관 공간이 부족한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더불어 의료진의 업무 효율화에 따라 의료 질이 향상되고 결국 환자가 얻는 편익이 커진다고 병리 전문가들은 전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경분 대한병리학회 정보이사(서울대학교병원 병리과 교수)는 “면역조직화학 검사를 통한 단백질 검사, 유전자 검사가 암 진단과 정밀 의료에서 필수적인 상황에서 디지털 병리는 장소, 시간에 따른 제약 없이 접근 가능하다”며 “검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보관도 용이해 유리 슬라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탁월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처럼 기관 간 이동이 자유로운 의료 환경에서 디지털 병리를 통한 자료 공유화는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여러 기관이 함께 도입해 정보 공유 플랫폼을 갖춘다면 환자 의료 정보의 가치를 높여 국내 사망 원인 1위인 암의 치료와 관리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국내 디지털 병리 시스템 도입은 더딘 상황이다. 지난 2019년 디지털 병리 진단 시스템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만 디지털 병리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정찬권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는 “디지털 병리 도입을 위해서는 장비 설치, 병리검사실과의 원활한 전산시스템 연동뿐만 아니라 병원 간 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한 클라우드 구축도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적절한 보상 체계가 없어 시스템 도입이 어렵고 도입한 병원도 유지, 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의 의료 보험수가 체계 개선과 데이터 저장·공유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계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면 환자의 예후도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팽경현 루닛 이사는 “인공지능을 적용한 디지털 병리가 판독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 예후 예측을 위한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견에 기여할 수 있다”며 “디지털 병리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개발 노력이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수가체계 등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면 임상 적용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태영 딥바이오 CFO는 “디지털 병리를 도입하면 환자의 치료 방향을 빠르게 설계할 수 있어 의료진, 환자에게 모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병리 스캐너, 클라우드 기반 등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억 단위의 초기 비용이 드는 것이 현실”이라며 “산업 활성화 뿐만 아니라 환자 치료 효율화를 위해서도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주 한국로슈진단 전무는 “병리검사실의 디지털 병리 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 구독 모델을 국내에 도입했다. 또 자체 디지털 병리 AI 알고리즘 개발은 물론 국내 AI 알고리즘 회사들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디지털 병리가 더 많이 보급되도록 국내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혜승 대한병리학회 이사장은 “디지털 병리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가고 있지만 고가의 초기 비용과 수가 문제 등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들이 남아있다. 이번 간담회를 첫걸음으로 환자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위한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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