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특례시의 지난 1년은 분란의 연속이었다. 집행부와 시의회가 지루하게 갈등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는 시청사 이전 문제로 극심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거기다 이동환 시장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풍문이 분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민선 8기 이 시장 취임 이래 평온한 날이 언제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사태가 이러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는 걱정과 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며 반발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급기야 시민들의 이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까지 일어났다. 주민소송에 나서자는 이들도 있다.
이쯤 되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분란을 끝낼 수 있는 답을 찾아야 한다. 인구 110만을 바라보는 고양시를 이 상태로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복잡다단한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용빼는 재주가 없는 한 난국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오랜 분란 과정에서 쌓인 이런저런 이해관계와 감정의 앙금들이 장애물로 막아서 있기도 하다.
그래도 답은 있다. 아무리 헝클어진 실타래라도 실마리를 제대로 잡으면 풀어낼 수 있다. 아무리 깊어진 질병이라도 원인만 정확히 찾아내면 고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고양시 분란의 진행과정을 찬찬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이 시장을 떠올리게 없다. 이런저런 분란의 중심에는 늘 이 시장이 있었다. 그로 인해 분란이 일어났다. 이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많은 공직자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시의회와의 갈등부터 보자. 이 시장은 취임 초부터 끊임없이 시의회와 마찰을 빚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완강한 자세로만 일관했다. 협치와 화합의 차원에서 어느 정도 물러서고 양보하는 시늉이라도 하련만 그는 전혀 그럴 뜻을 보이지 않았다. 같은 정당 소속 시의원들까지 혀를 내두르고 있다. 역시 같은 당의 시의장과 공개적으로 대립하는 이례적인 모습까지 연출했다.
물론 시의회가 옳다는 건 절대 아니다. 이 시장의 시의회에 대한 불만과 반감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되는 구석이 있다. 고양시의회를 넘어 우리나라 지방의회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는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기자는 지금껏 지면을 통해 지방의회 무용론을 넘어 지방의회 폐쇄론을 주장해왔다. 전국 대부분 자치단체장들이 그러듯이 이 시장 또한 그런 점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시청사 이전과 관련한 분열상은 너무나 심각하다. 연초부터 시민사회를 들쑤시기 시작해 역대급으로 떠오른 이 이슈는 고양시 전체를 혼돈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지역을 만신창이로 만들기 십상이라는 우려가 조금도 과하지 않다.
새해 들자마자 나온 이 시장의 전격적인 발표로 촉발된 이 이슈의 전말은 이미 많은 시민들에게 주지되고 있다. ‘신청사 백석동 이전계획’으로 요약되는 그의 발표는 말 그대로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기존의 계획을 완전히 뒤집는 이 계획에는 절차상의 문제는 물론이고 법적인 문제, 합리성의 문제 등까지 배태돼 있다. 경기도와 국토부 등 상급기관이 관여해야 하는 상황으로 번져 있기도 하다.
이 시장을 둘러싼 풍문들도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모 여성 시의원과의 염문설에서부터 부적절하거나 부정한 선거과정과 공직인사 등까지 구설이 지역에서 바람처럼 떠돌고 있다. 시민들은 식사자리의 반찬거리나 술자리의 안주거리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이 시장은 이에 대한 별다른 해명이나 반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부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어지러운 민심은 분명 분란에 일조한다.
자, 이제 결론적인 이야기를 하자. 주저리주저리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결론은 버킹검’이라고 했듯이 ‘결론은 이 시장’이다. 원인이 나왔으니 답은 명확할 수밖에 없다. 이 시장이 바뀌면 된다는 것이다. 이 시장 생각과 스타일의 변화야말로 분란 종식의 열쇠라는 말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이 시장이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취임 당시만 해도 이 시장은 시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이전 시장들의 시정에 실망한 이들로부터는 환호까지 받았다. 그는 후보 시절 입버릇처럼 ‘오직 시민만 바라보겠다’ ‘잃어버린 12년을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적임자로 꼽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고양시 곳곳에 스며 있는 부정과 부패의 흔적을 지워줄 것으로 믿었던 터였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어떤가. 온통 분란으로 찌든 고양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거듭 말하지만 딱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이라도 분란을 끝내야 한다.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 시장의 남은 임기 3년여는 그렇게 길지 않다.
누가 뭐래도 고양시는 지금 이 시장의 전향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 여태까지의 태도와 시정방식에서 180도 선회할 필요가 있다. ‘고집불통’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그의 캐릭터가 일신될 필요가 있다. 그것만이 고양시의 살 길이다.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사자성어가 자꾸 떠오른다. 이 시장에게 뼈대를 바꿔 끼우고 태(胎)를 빼버릴 정도의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한다면 무례한 일일까. 그에게 시의회와의 관계, 시청사 이전 문제, 개인적인 잡음 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면 주제넘은 일일까.
사극에서 허다하게 나오는 장면을 본뜬 간절한 읍소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이동환 시장님, 통촉하소서…”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