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치료기기(디지털치료제, DTx)가 신속한 허가·심사로 시장에 진출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으려면 규제를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24일 ‘디지털헬스케어의 발전과 규제, 합리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국민일보와 쿠키뉴스가 주최한 ‘2023 미래의학포럼’에서 “현 국내 제도 기준으로 계속 임상·허가가 이뤄진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기업과 국내 디지털치료기기 기업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체내에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치료가 아닌 앱, 게임, 가상현실 등을 통해 질병과 후유증을 치료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의약품과 같이 임상연구와 당국의 인허가를 거쳐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디지털치료제’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의 정식허가를 받은 디지털치료기기는 에임메드가 개발한 불면증 치료 애플리케이션(앱) ‘솜즈(Somzz)’와 웰트의 인지치료 소프트웨어 ‘WELT-I’가 있다.
그러나 이들 디지털치료기기 모두 아직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9월부터 디지털치료기기, 인공지능 의료기기 등에 최대 3년간 임시로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한시적으로 건강보험 임시코드를 부여할 계획이다. 이후 의료기술평가 등을 거쳐 정식등재 시 급여 여부와 수가를 결정하게 된다.
이를 두고 강 대표는 “옳은 방향이지만 여전히 아쉽다”고 평가했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소프트웨어로 가동돼 매번 유지보수와 업데이트를 통해 진화하는데, 규제와 보상의 변화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더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독일의 사례를 들며 “신의료기술 평가 프로세스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독일의 경우 디지털치료기기로 허가받으면 바로 현장에 적용해 1년간 ‘실제 대규모 사용 데이터’(RWD)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협상해 정식수가를 받아 해외에 진출한다”며 “반면 한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도 3년이라는 혁신의료기술 재임상 기간 동안 각종 전문위원회 중복 심사를 거치고 진료기관·과목 제한까지 있어 RWD를 모으기가 어려울뿐더러 정식수가를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용자 편의를 위해 계속 변화하고 진화하는 디지털치료기기의 특성을 잘 담아낼 수 있도록 새로운 규제와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변화하는 부분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재평가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경직된 수가체계 대신 개선된 디지털치료기기 제품에 대한 탄력적인 보상체계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디지털치료기기가 계속 혁신하고 진화하는 고리를 만들려면 바우처 형태의 마중물이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디지털헬스 발전을 지지하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더 많은 재원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