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경기 안양 제2데이터센터 특고압선에 대한 주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200억원을 투자, 차폐판을 설치한다. 다만 차폐판 설치 구간을 두고 주민들이 반발, 또 다른 진통이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21일 오전 10시 경기 안양시의회에서 ‘LG유플러스 지중선로 우려 해소를 위한 시민설명회’를 열었다. 안양시민과 시청 관계자, LG유플러스 관계자 등 5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자리는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안양시 내 약 7㎞ 구간에 깔린 특고압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특고압선이 지하 1m 내외 깊이로 깔린 것에 대해 안양시민들은 재시공 혹은 준공취소를 주장해 왔다. 전자파가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LG유플러스와 안양 특고압선 반대 시민모임, 안양시청 등은 3차례 공식 회의를 거쳐 지난 10일 특고압선이 깔린 6.2㎞ 구간에 차폐판을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구성철 LG유플러스 본부장은 이날 시민들에게 차폐판의 성능과 향후 전자파 관리 방안, 차폐판 공사계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구 본부장은 직접 현장에 사용될 차폐판 소재를 가져와 선보였다. 차폐판은 니켈계 뮤메탈과 철계 규소강판을 함께 사용한 차폐재로 구성된다. 낮은 자기장에서는 뮤메탈이, 높은 자기장에서는 규소강판이 높은 차단 효과를 보인다. 둘을 함께 사용할 경우,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통해 96.8%의 차폐 효과를 인증받은 차폐재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차폐판 성능에 대한 두 차례 실험도 진행했다. 경기 수원의 한 공업단지에서 지하 1m 깊이에 케이블·관로를 깔고 최대 전류(350A)를 내보내 전자파가 얼마나 차단되는지 모의시험을 벌였다. 실제 15만4000볼트가 흐르는 관로에서도 차폐판을 깔고 전자파 차단 정도를 측정했다. 공업단지에서 측정한 경우, 케이블 바로 위에서는 7.2mG(밀리가우스), 4m 떨어진 곳에서는 1.5mG가 나왔다. 실제 15만4000볼트가 흐르는 관로 위에서는 6mG, 10m 떨어진 곳에서는 2.5mG로 조사됐다.
국내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은 833mG다. 일본은 2000mG, 프랑스·독일 등 유럽국가 1000mG다. 다만 이탈리아와 스위스에서는 주거지·학교 인근 신설 송전선로의 경우 각각 30mG, 10mG를 넘어서는 안 된다.
LG유플러스는 향후 3년간 연 2회씩 전자파를 측정, 10mG가 넘을 경우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기가 가장 많이 쓰이는 여름과 겨울에 1회씩, 주민이 원하는 곳에서 전자파를 측정한다는 방침이다. 전자파 측정기관도 주민과 합의해 선정한다. 지중선로에 대한 하자보수는 영구적으로 제공하며, 공사 후 발생하는 도로 품질 저하에 대해서는 차폐판 설치 후 3년간 제공한다.
다만 차폐판 설치 구간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앞선 3차례 회의에서 안양시 내 약 7㎞ 구간 중 800m는 제외됐다. LG유플러스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거나 잘 다니지 않는 공업지역,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은 교차로, 이미 깊게 깔려 시공이 어려운 구간 등이라고 설명했다. 노출되는 전자파 세기가 크지 않고 자연상태 정도라는 설명도 있었다.
주민 의견은 달랐다. 아파트 인근 차폐판 시공이 제외된 A 아파트를 중심으로 설명회에서 성토가 벌어졌다. A 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힌 남성은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교차로를 공업지대라고 차폐에서 제외시키면 어떻게 하느냐. 공업지대지만 사람이 사는 지역과 너무 가깝다. 해당 구간에는 오피스텔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이들도 “모든 구간을 다 해달라. 이게 무슨 전 구간이냐”, “해당 구간만 누락시킨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LG유플러스와 시민모임, 안양시 등은 A 아파트 인근을 포함, 차폐판 추가 설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차폐판이 추가 설치될 경우, 비용과 시공기간 등이 늘어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나머지 구간에도 차폐판이 설치되면 공사비는 기존 200억원에서 230억원으로 30억원 더 증가한다”면서 “내부 검토 후 시민모임과 다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논의를 통해 시민모임과 합의문을 작성, 이를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