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트럼프도 싫다” 노레이블 후보가 온다 [쿠키칼럼]

“바이든도 트럼프도 싫다” 노레이블 후보가 온다 [쿠키칼럼]

대선 캠페인 가동 앞둔 워싱턴 정계에
최대 변수로 떠오른 중도파 노레이블
좌우 극단 대립하는 정치권에 새바람
바이든-트럼프 출마시 후보 공천 예고

기사승인 2023-08-22 11:04:01

워싱턴DC의 8월은 고요하다. 연방의회는 휴회에 들어가고, 연방 공무원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가는 시기다. 만성적인 출근길 교통체증마저 풀리는 때다. 8월의 여름 휴회가 끝나면 이 곳은 본격적으로 2024년 대통령 선거 모드에 돌입하게 된다.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예비선거를 앞두고 경선 후보자 TV 토론회를 포함한 본격적인 선거 캠페인이 시작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유력한 후보자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주요 언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을 향한 특검과 조지아주 대선 개입 혐의로 4번째 기소를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 뉴스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여러 스캔들과 후보자들의 자질과 연령 등이 이슈다 보니, 내년 미국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가 되리라는 예측이다.

이렇게 뜨겁고 짜증하는 여름 휴가철에 떠오르는 정치 변수가 있다. 워싱턴 선거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중도성향의 정치단체 ‘노 레이블(No Lables)’이다.

노레이블 홈페이지에는 '우리가 상식적인 다수'라고 적혀 있다.


노레이블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라는 딱지(label)를 거부한다는 의미다. “상식적인 다수(We are commonsense majority)”를 표방하며 중도층 유권자를 대변한다고 주장한다. 민주-공화 양당이 극한 대치하는 정치 문화에 변화를 요구하면서, 두 당이 국가와 국민의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같이 일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2010년 결성된 노레이블은 조 리버맨 전 상원의원이 창립자이면서 의장직을 맡고 있다. 한국 사위로 알려진 래리 호건 전 매릴랜드 주지사, 민권운동의 아이콘인 벤자민 차비즈, 그리고 펫 맥크로리 전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공동 의장이다.

노레이블에 워싱턴의 이목의 쏠리는 이유가 있다. 내년 대선에서 후보자의 윤곽이 드러나는 수퍼 화요일 전후까지 바이든과 트럼프 2명의 대결이 확실시될 경우, 제3의 후보를 내세우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결적 공존을 비판하는 뉴욕포스트 일러스트.


미국 대선은 알다시피 각 주에서 승리한 후보자가 선거인단을 독식하고 50개 주에 걸쳐 선거인단을 가장 많이 확보한 사람이 승리하는 간접선거 제도다. 노 레이블이 후보를 낸 들 실제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노 레이블 후보가 출마하면 선거 결과에 무시 못 할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맞붙은 2016년 대선에서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전체 득표수에서는 앞섰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트럼프에 뒤져 패배했다. 당시 자유당 후보자였던 게리존슨 후보자에게 갔던 3.29%의 표가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갔다면 경합주에서 선거 결과가 바뀌었을지 모른다. 앞서 2000년 대선에서도 2.74%의 표를 얻은 녹색당 후보가 없었더라면 조지 W 부시 대신 민주당의 엘 고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수도 있다.

최근의 미국 대선은 경합 주(Swing States)에서 1%포인트 안팎의 근소한 득표 차이로 결과가 정해졌다. 노레이블 후보가 경합 주에서 약간의 표만 가져가도 대선의 결과를 바꿔 놓을 수 있다. 노레이블은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공식 정당으로 승인을 받으면서. 10개 주에서 선거 투표용지에 노레이블 소속 후보를 출마시킬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이 10개 주에는 노스캐롤라이나를 포함해 2020년 대선의 격전지였던 플로리다 애리조나 네바다가 들어 있다. 이 4개 주에서만 결과가 달라져도 선거의 전체 판도가 바뀐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지지보다 반대가 더 많다.

현재로선 민주당이 노레이블의 등장을 더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노레이블의 정책 노선이 민주당 성향의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더 호소력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제3 후보로 꼽히는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이 노레이블 후보로 출마한다면, 공화당 유권자보단 민주당 유권자들의 표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표를 빼가는 셈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노레이블이 내년 대선을 망치는 스포일러라고 비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지어 트럼프 지지자들이 노레이블에 후원금을 내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많은 선거 전문가들이 여름 이후 민주당의 당면과제는 노레이블이 후보를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노레이블이 양극으로 치닫는 워싱턴 정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일종의 자정작용을 불러오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동시에 노레이블의 후보 공천 여부에 승패가 엇갈릴 처지가 된 후보와 정당들이 정책 개발보다 정치 게임에 더 집중하는 상황에 한숨이 쉬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

송원석
1980년생.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청소년기와 20대를 보내고 미국으로 유학을 와 뜻하지 않았던 이민자가 되었다. 신학, 경영학, 비영리경영학 등을 전공하고 30대에 우연히 접하게 된 미연방의회를 향한 한국계 미국 시민들의 시민활동에 이끌려 지금은 워싱턴 DC에 자리한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의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연방의회를 드나들며 축적한 경험과 지식으로 소수계인 한인사회의 권익을 옹호하고, 모국인 한국과 자국인 미국의 관계증진에 바탕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지금도 워싱턴 DC '캐피톨 힐'을 누비고 다닌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한미관계, 미국의 사회, 정치, 외교를 말하고자 한다.
송원석 기자
fattykim@kukinews.com
송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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