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출고가가 200만원에 육박하자 이른바 ‘성지’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성지는 불법보조금을 지원하는 휴대전화 판매점을 뜻한다.
24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성지 관련 관심도는 50 이상을 유지했다. 14일에는 91, 15일에는 94다. 관심도가 100에 가까울수록 검색 빈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플립 5 성지’, ‘폴드 4 성지’ ‘아이폰 14 프로’, ‘갤럭시 s23’ 등도 성지 관련 검색어로 집계됐다. 성지를 검색한 사용자가 이같은 단어들도 검색했다는 것이다.
성지를 찾는 이유는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에 대한 부담 탓이다. 지난해 9월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5G 단말기 162개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균 가격은 115만5421원으로 조사됐다. 단말기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경우는 전체의 61.1%(99개)에 달했다. 200만원 이상도 4.3%(7개)다.
단말기 가격은 점차 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국내에 출시된 ‘갤럭시Z 플립5(256GB)’의 출고가는 139만9200원이다. ‘갤럭시Z 폴드 5(256GB)’는 209만7700원에 달했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아이폰15 시리즈의 경우, 전작보다 가격이 최소 100달러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작인 아이폰 14 시리즈는 프로 999달러(약 134만원), 프로 맥스 1099달러(약 147만원)였다. 국내에서는 용량이 큰 경우, 200만원을 훌쩍 넘긴 가격에 판매됐다.
소비자들은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해 성지를 찾게 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조모(30·여)씨는 서울의 한 성지에서 최신형 스마트폰을 20만원 후반대 가격에 구입했다. 해당 스마트폰의 출고가는 160만원대다. 조씨는 “스마트폰 가격이 너무 비싸서 발품을 팔아 성지를 찾게 됐다”며 “가격을 생각하면 수고로움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성지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했다는 이모(31)씨도 “비싼 요금제를 써야 하는 조건이 있었지만 가격이 저렴해 놀랐다”며 “앞으로도 성지를 찾아 스마트폰을 구매할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이같은 성지는 불법이다. 현행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서는 추가 지원금은 단말기 공시지원금의 15% 내에서 지급해야 한다. 추가 지원금 한도를 30%로 올리는 개정안이 논의 중이지만 아직 적용되지 못했다.
시민단체에서는 단통법 개정 등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촉구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새로운 단말기가 나올 때마다 소비자들이 성지를 찾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단통법 관리감독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이라며 “불법 지원금은 고객을 모집하기 위한 유인 수단으로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통법 개정보다는 단말기 제조 시장의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단통법이 정착되며 단말기 가격구조가 좀 더 투명해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제조 시장 경쟁의 결과로 제조사들이 얼마 남지 않게 됐다”면서 “시장 또한 중저가폰보다는 프리미엄폰에 집중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