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새로운 수장으로 김영섭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새롭게 닻을 올린 김영섭호가 고강도 조직개편과 인적쇄신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KT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김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확정했다. 김 대표 선임안은 전체 의결 참여 주식의 60% 이상 찬성으로 가결됐다.
김 대표는 같은 날 경기 성남 KT 분당사옥에서 취임식을 진행했다. 신임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 후 첫 행보다. 김 대표는 취임사에서 “ICT 경쟁력 제고와 함께 본업인 통신사업도 단단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며 “KT 사업의 근본인 통신과 ICT 내실을 다지고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성과를 추구해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임직원과의 대화에서도 △고객 △역량 △실질 △화합 등을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인사·조직개편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김 대표는 “경영 공백이 있었기에 인사와 조직 개편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진행돼야 한다”면서 “KT인 대부분 훌륭한 직장관을 가지고 일하시기에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처우와 대가로 인정받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KT 내부에서는 신임 대표 취임으로 조직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인사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일고 있다. KT 내부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가 대표로 온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이석채 전 KT 회장과 지난 2014년 황창규 전 KT 회장 취임 후 각각 6000명, 8000명 규모의 명예퇴직이 시행된 바 있다. 앞서 KT노조에서도 김 대표의 후보 선임을 환영하면서 “과거와 같이 무리한 구조조정을 펼치거나 무분별한 외부인사 영입에 의한 조직운영으로 안정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의 이력도 구조조정 우려의 근거로 거론된다. 김 대표는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에서 근무했다. LG CNS 대표를 역임할 당시에도 점진적인 인력 감축을 진행했다. 조직 통폐합 등 체질 개선도 함께 이뤄졌다.
다만 인적쇄신 범위가 전 직원이 아닌 고위 임원 중심으로 몰아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T는 전임 경영진의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관련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당했다. 대표이사 대행을 맡은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사장)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계열사에도 여파가 미치는 상황이다. 여권에서는 ‘이권 카르텔’을 질타하며 KT의 쇄신을 강조한 바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새로운 CEO가 취임하게 되면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고 가기 위해 상당 부분 개각을 할 수밖에 없다”며 “고위직이나 팀장급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새로운 KT의 방향에 맞게 조직을 개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수 노조인 KT새노조 관계자는 “전례로 인해 불안해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분위기가 과거와는 다르다”며 “수사 선상에 오른 고위직이 많기에 임원에 대한 인사를 고강도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T가 그동안 중점을 두어온 디지털플랫폼(DIGICO) 전략은 지속 추진될 수 있을까. 전임인 구현모 전 KT 대표 시절 KT는 디지털플랫폼 기업을 추구, 인공지능·로봇 사업 등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김 대표는 취임사에서 “DIGICO를 추구함에 있어서도 ICT의 본질적인 역량이 핵심”이라고 말했으나 명확한 계승 의지는 밝히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취임 초이기에 방향이 명확하지 않지만 DIGICO 관련 입장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아 아쉽다. KT의 미래 지속 가능한 성장 비전에 있어서 DIGICO 사업이 매우 중요하다”며 “방향이 잘못 설정될 경우, 대한민국 디지털 산업 자체가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