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이 사람 잡는다지만, 천박사(강동원)는 자신이 마음과 정신을 돌본다고 믿는다. 그는 천기를 읽어 천박사라는 소개말과 달리 실상은 1건당 의뢰비가 1000만원이라 천박사로 통한다. 영혼을 볼 순 없어도 화려한 언변과 눈속임, 임기응변에 힘입어 퇴마 사업을 이어가던 어느 날, 귀신이 보인다는 소녀를 의뢰인으로 만나며 천박사는 큰 사건과 마주한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이하 천박사)은 오컬트와 코믹, 판타지 장르를 절묘하게 버무렸다. 귀신을 가두는 부적인 설경부터 귀신에게 맞설 수 있는 무기 칠성검, 귀신을 감지하는 놋쇠방울 등 여러 설정을 가미한 한국형 오컬트다. 가짜 퇴마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숨겨진 사연과 그가 맞닥뜨린 사건을 엮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배우 강동원이 선무당과 퇴마사의 경계에 선 천박사를 연기해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강동원의 매력에 상당 부분 기댄다. 과거 그가 사제복을 입는 것만으로 화제였던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처럼 이번 영화 역시 ‘퇴마사 강동원’을 주력 무기로 내세웠다. 강동원은 언제나처럼 자신에게 쏠린 기대를 수월히 충족시킨다. 능청맞은 도사 전우치(‘전우치’)와 잘생긴 사기꾼(‘검사외전’)처럼 보이다가도 사고뭉치 신학도(‘검은 사제들’)를 자연스레 오간다. 그러면서도 이들 캐릭터보다 깊은 심연을 드러내며 차별화를 꾀한다. 극을 보는 내내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유로이 활약한다.
또 다른 주축은 허준호다. 악귀 범천을 연기한 그는 존재만으로도 제 몫을 완벽히 해낸다. 자칫 유치해하게 느낄 수 있는 소재에 쫀쫀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스크린에 잡힐 때마다 위압적이다. 액션은 역시나다. 강동원과 허준호가 든든히 극을 받들자 이야기에는 절로 힘이 실린다. 여기에 이솜, 김종수, 박소이 등 함께한 배우들이 역할에 꼭 맞는 연기로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특별출연으로 이름 올린 박정민은 강렬한 인상을 짧고 굵게 남긴다.
‘천박사’는 유쾌한 사기극으로 시작해 중반부터 오컬트로 방향을 튼다. 이 같은 흐름에 어색함은 없다. 강동원이 중심을 꽉 잡은 덕이다. ‘검사외전’과 ‘검은 사제들’, ‘전우치’ 등 그의 전작을 재밌게 봤다면 ‘천박사’에도 흥미를 느낄 만하다. 액션은 생각보다 과격하지만 과한 수준은 아니다. 일부 장면에선 좀비 액션과 유사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박진감과 긴장감 사이 웃을 대목을 적절히 분배하며 균형감을 맞췄다. 길이감도 적절하다. 추석 연휴에 가족과 관람하기에 괜찮은 선택지다. 쿠키 영상은 하나다. 오는 2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8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