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662곳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폐업했다. 이에 정부가 붕괴 직전에 놓인 소아의료체계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보완책을 내놨다. 의료기관과 의료진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 저출산, 저수가의 영향으로 소아의료 현장을 떠나는 의료진 이탈을 방지할 계획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소아의료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월22일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한 이후 현장의 추가적인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후속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인프라가 급감해 소아 환자에 대한 의료 공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밤이나 휴일에 진료를 보기 힘들 뿐 아니라 소아과 진료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이른바 ‘오픈런’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정부가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내놨지만, 큰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올해도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10곳 중 3곳은 전공의 현원이 ‘0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에서 주로 당직을 서는 실무진인 전공의 인력 부족은 소아과 의료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번 보완대책에는 의료진·병원에 대한 보상을 늘려 진료공백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 지원을 기피하는 이유로 낮은 수준의 보상과 의료사고 관련 민·형사상 부담 가중 등을 꼽은 바 있다.
이용자가 실감할 수 있는 대책도 담았다. 아이가 아플 때 응급 및 야간휴일 운영 의료기관 안내 등을 전화로 상담할 수 있도록 소아상담센터를 5개소 구축하기로 했다.
야간·휴일에도 공백 없도록… 수가 가산 확대
복지부는 우선 중증·응급 소아진료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증·응급 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2곳 더 늘려 12곳을 운영하고, 지원도 23억5200만원에서 24억7800만원으로 확대한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관리료를 신설하는 등 보상도 강화한다.
소아 입원진료에 대한 수가도 늘리기로 했다. 1세 미만 입원 시 입원료에 대한 소아 연령가산을 50%로 새로 도입한다. 또한 신생아에 대한 24시간 돌봄과 높은 수준의 감염관리의 필요성을 고려해 병·의원급 신생아실과 모자동실 입원료를 50% 인상한다.
다만 이에 대한 이용자 부담은 늘진 않는다. 정성훈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지난 21일 사전설명회를 통해 “내년부터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0~2세 미만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며 “입원료가 인상돼도 본인부담이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야간·휴일 소아진료에 대한 보상을 늘려 의료이용이 어려운 시간대에도 병원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만 6세 미만 병·의원급 진찰료와 약국에 대한 보상을 2배로 인상한다.
또한 달빛어린이병원의 운영 지원과 야간·휴일 진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 달빛어린이병원을 확충하고 개소당 평균 2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달빛어린이병원을 주변 응급의료센터와 연계해 중증소아환자를 적절히 치료할 수 있게 지원해 응급실 과밀화를 줄일 계획이다.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을 주저하지 않도록 의료인력 양성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한다. 소아 전문의 양성을 위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소아 전임의 수련에 필요한 수련보조수당을 매월 100만원 지급한다.
의료분쟁 등 법적 부담도 완화한다.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현실성 있는 보상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 계획이다. 협의체에는 의료계, 환자단체, 법률전문가 등이 참여해 의료인의 법적 부담을 낮추고,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진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병원 간, 지역 간 협력을 활성화한다. 지역 내 2차 병원을 중심으로 신속한 소아 환자 의뢰·회송 및 연계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을 통해 소아진료에 대한 개선된 미래 전망을 제시해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지역 병·의원부터 중증소아 진료기관까지 차질 없이 연계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현장과 소통하면서 대책을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