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만큼 괴로운데”…치료 접근 어려운 만성 두드러기

“아토피만큼 괴로운데”…치료 접근 어려운 만성 두드러기

건선·아토피피부염만큼 신체적·정신적 고통 큰 만성 두드러기
효과적 생물학적제제 급여 적용 안 돼 경제적 부담 가중
“중증도 따른 질병코드 분류해 치료 접근성 개선해야”

기사승인 2023-10-06 06:00:12
장윤석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5일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마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만성 두드러기 환자가 1년간 생물학적제제를 쓰려면 최대 640만원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박선혜 기자


#주부 임미영(가명·38세)씨는 3년 전 아이를 낳고 난 이후부터 전신 두드러기 증상을 겪고 있다. 병원 진단 결과는 원인 불명이었다. 의사는 3~5년 동안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약을 안 쓰면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탓에 일상생활이 어렵고 오랜 항히스타민제 복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살도 급격히 쪘다”며 “생물학적제제를 쓰면 증상이 좋아진다는데, 금액 부담이 너무 커 엄두가 안 난다”고 털어놨다.

만성 두드러기는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처럼 기존 약으론 쉽게 낫지 않는 난치성 질환이지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치료 환경은 열악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5일 세계 두드러기의 날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열고 국내 만성 두드러기의 현황과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학회에 따르면 만성 두드러기는 두드러기가 6주 이상 거의 매일, 최대 10년 이상 지속되는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약 150만명의 환자가 만성 두드러기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양한 요인이 관여하는 만성 두드러기는 난치성인 경우가 많고, 평균적으로 3~5년간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중증 아토피피부염이나 중증 건선과 같이 수면장애, 불안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삶의 질이 떨어져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큰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 만성 두드러기는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과 달리 중증 분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환자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어렵다. 만성 두드러기의 1차 치료에는 항히스타민제 표준 용량을 쓰지만 환자 62%가 약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학회는 설명했다. 용량을 늘려 써도 37%의 환자는 호전이 없다. 

장윤석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총무이사)는 “항히스타민제에 반응이 없을 때 생물학적제제가 가장 좋은 치료 대안으로 여겨지지만 만성 두드러기 환자에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 맞는데 30만원 정도가 들며 1년에 최대 640만원을 감당해야 한다”면서 “현재 국내 중증 아토피피부염이나 중증 건선 환자는 중증 난치성 질환 코드로 분류돼 본인 부담 10%만으로 생물학적제제 투여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지난해 발표된 국내 리얼 월드(real-world)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항히스타민제 치료를 받아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중등도 및 중증 두드러기 환자 중 55.8%가 항히스타민 치료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적 부담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치료제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 국내 치료 환경과 달리 영국, 호주, 중국 등은 만성 두드러기 환자를 대상으로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학회는 중증 만성 두드러기의 별도 질병코드를 신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환자가 중증도에 따라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정비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만성 두드러기의 경우 중증도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하나의 질병코드로 분류되고 있지만, 중증 건선이나 중증 아토피 피부염처럼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인 질환인 만큼 별도의 질병코드를 신설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중증 질환으로 분류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는 제도를 통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영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은 “만성 두드러기는 정책적 아젠다에서 소외돼 있어 환자들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을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며 “중증 만성 두드러기의 중증 질환 분류를 통해 효과적 치료가 이어질 수 있게 정책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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