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보는데 시신이”…SNS에 쏟아진 하마스 전쟁 영상

“아이들도 보는데 시신이”…SNS에 쏟아진 하마스 전쟁 영상

기사승인 2023-10-12 16:32:56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을 피해 마을을 떠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관련 잔혹한 영상과 가짜뉴스 등이 SNS를 통해 아동·청소년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학생 휴대전화의 엑스(옛 트위터), 틱톡 등 SNS를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납치·살해 영상 및 사진 링크 등이 공유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국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 관련 참혹한 사진과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납치된 젊은 이스라엘 여성이 울면서 소리치거나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 무장 괴한에 끌려가는 시민들 모습, 납치 후 살해된 여성·아기·노인 모습 등이 영상과 사진에 담겨 여과 없이 쏟아지고 있다. 상당수 게시물은 공포 확산을 노리는 하마스 측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쟁 관련 키워드만 검색해도 자극·폭력적인 콘텐츠가 아무런 제한 없이 공개된 걸 확인할 수 있다. 별도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콘텐츠도 상당수다. 틱톡 등 일부 플랫폼은 조정 강화를 위해 히브리어 및 아랍어 리소스 늘리고, 문제 콘텐츠를 삭제하고 있지만, 콘텐츠가 쏟아지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가짜뉴스도 심각하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공습이 시작된 지난 7일 이후 엑스에 올라온 5000만건이 넘는 관련 게시물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하는 가짜 콘텐츠, 비디오게임 장면을 실제 상황으로 조작한 영상 등도 포함돼 있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대피하는 이스라엘 주민들. AP 연합뉴스

이 같은 콘텐츠는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영국 일부 학교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학부모들에게 자녀 휴대전화에서 SNS를 삭제하라고 촉구하는 안내문을 보냈다. NBC에 따르면 미국 뉴욕 한 공립학교 교장은 이메일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인질 장면 등 충격적인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며 “당분간 자녀가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도록 하고, 추가적인 자녀 보호 기능을 설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잔혹한 콘텐츠가 어린 학생에게 노출되는 것에 대한 걱정은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참혹한 모습이 담긴 콘텐츠 주소가 그대로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주소를 클릭하면 해외 사이트에서 확산 중인 전쟁 영상이 재생되는 식이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임모(38)씨는 “학교에 다녔던 2004년 이라크에서 발생한 한국인 참수 사건 영상이 유포돼 큰 충격이었다”며 “당시보다 미디어 노출이 쉽고 편해진 시대인 만큼, 아이들이 이러한 영상을 보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박모씨도 학창 시절 학교에 모자이크도 안 된 인질 참수 영상이 돌았던 걸 기억한다. 박씨는 “당시 충격을 받아 구토하거나 며칠 동안 잠 못 자는 아이들이 있었다”라며 “이·팔 전쟁 영상으로도 이런 문제가 생길까 걱정된다”고 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거나 공유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요즘 미디어를 많이 활용하는 만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거나 공유하는 것을 자제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교육청과 교육 현장에 전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호기심이 많은 아동·청소년기에 ‘전쟁’ 이슈를 부각하기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 자연스럽게 교육할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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