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즈 초대 우승팀이 북미의 자존심을 탈락시켰다.
프나틱은 26일 오후 서울 강서 KBS아레나에서 열린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스위스 스테이지 4라운드(1승 2패) 경기에서 C9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2대 1 승리를 거뒀다.
북미 ‘LoL 챔피언십 시리즈(LCS)’의 상징과도 같은 C9과 초대 월즈 우승을 차지한 프나틱의 대결이었기에 각 지역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팬들은 깊은 관심을 가지고 경기를 지켜봤다.
프나틱은 2승 2패를 기록하면서 스위스 스테이지 마지막 라운드로 향했다. 반면 C9은 1승 3패로 최종 탈락, 한국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C9에 앞서 팀 리퀴드(TL)이 탈락해, 북미 지역에서는 1시드 NRG e스포츠만 남게 됐다. 2승 1패를 기록 중인 NRG는 오는 28일 LoL EMEA(유럽·아프리카·중동) 1시드 G2 e스포츠와 결전을 치른다.
1세트 선취점은 탑에서 나왔다. 6분쯤 양 팀 탑 라이너와 정글러 간 대결에서 C9이 대승하면서 ‘퍼지’ 이브라힘 알라미의 ‘럼블’이 2킬을 먹고 시작했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자 C9의 정글러 ‘블라버’ 로버트 후앙의 ‘자르반 4세’가 탑 라인을 집요하게 노렸다. 프나틱은 별 대항을 못하고 킬을 내줘야 했다.
탑이 무너지자 프나틱의 전력과 균형에도 균열이 생겼다. 15분쯤 탑에서 럼블의 활약으로 3킬을 내준 프나틱은 18분쯤 용을 가까스로 차지했으나 상대의 스킬을 얻어맞고 에이스를 내주기까지 했다.
27분쯤 양 팀의 골드 격차는 10000에 이르렀다. C9은 유리한 전력을 활용해 바론을 치기 시작했는데, 프나틱이 제때 기습해 바론을 뺏었다. 미니언들이 바론 버프로 강화돼 C9이 라인을 밀지 못하자 프나틱은 게임을 길게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다 30분쯤 정글에서 한타가 벌어졌다. 결과는 1킬을 얻은 프나틱의 판정승. C9은 경각심을 가지고 한타에 임할 수 밖에 없게 됐다. 34분쯤 벌어진 미드 한타에서 3킬을 취하며 승리한 C9은 다시 한 번 바론을 취하며 승기를 굳히려 애썼다. 39분쯤 한타에서는 C9이 에이스를 띄웠다. 드디어 넥서스를 깨부순 C9 선수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물을 들이켰다.
2세트 선취점은 프나틱의 차지였다. ‘라족’ 이반 마르틴이 자르반 4세의 스킬 콤보를 유려하게 활용해 상대 셋을 단번에 띄운 덕이었다. C9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상대 신드라를 급습하며 킬을 내고 용까지 차지했다.
엎치락 뒤치락 킬을 나눠먹으며 비등하게 흘러가던 게임은 22분쯤 프나틱의 한타 대승으로 향방이 갈렸다. 바론 강타 싸움을 프나틱이 승리한 한편 상대 전력을 모두 해치우면서 순식간에 격차를 벌렸다. 27분쯤 한타에서도 에이스를 띄운 프나틱은 내각타워와 억제기, 쌍둥이 타워, 넥서스까지 모두 밀어버리고 말았다.
3세트 초반 C9이 이득을 챙겼다. 6분쯤 3인 갱킹을 통해 프나틱의 럼블을 잡아냈다. 이어진 2대 2 교전에서도 C9이 1킬을 가져갔다. 하지만 프나틱도 바텀에서 상대 정글을 잡아내고 미드에서도 2킬을 추가로 내는 등 맹렬히 추격했다. 14분쯤에는 양 팀이 정말 적은 체력을 남겨놓고 핑퐁 게임을 하는 진귀한 장면도 펼쳐졌다.
프나틱은 18분쯤 용 싸움에서 승리하며 에이스를 띄우고 기세를 올렸다. 곧장 바론 시도에 들어간 프나틱은 3킬을 내주는 출혈 속에서도 버프를 챙겼다. 역전을 노리는 프나틱의 기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 24분쯤 용을 차지하고 한타에서 3킬을 먹는 프나틱은 27분쯤 바론까지 차지하며 승기를 잡았다.
31분쯤 C9은 소환사의 제단에서 체력을 채우며 결사 항전했지만 진격해 들어오는 프나틱을 막지 못하고 패배했다. 마지막 순간에는 C9의 ‘세주아니’와 프나틱의 ‘사일러스’가 일기토를 치르면서 넥서스를 두고 공방을 벌여 볼거리가 됐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프나틱의 미드라이너 ‘휴머노이드’ 마렉 브라즈다는 “‘세주아니’의 Q스킬을 피한다면 넥서스를 부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원래 유럽이 북미를 상대로 이겨왔기 때문에 오늘도 이겨야 했다”고 말했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