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기업들이 심상찮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근 연이어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올해 초 가격을 동결했거나 인하했던 품목도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최근 참이슬 후레쉬, 참이슬 오리지널의 출고가를 6.95% 올렸다. 맥주시장 1위 오비맥주가 6.9% 인상했고, 하이트진로도 테라와 켈리 출고가를 6.8% 올렸다.
유업계도 가격을 올렸다. 원유(原乳) 가격이 8.8% 인상된 여파로 서울우유, 매일우유, 남양유업이 흰우유를 비롯해 치즈, 생크림, 요거트 등을 일제히 인상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하나둘 가격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빅맥 등 13개 메뉴 가격을 평균 3.7% 인상했다. 이에 따라 빅맥은 기존 가격에서 300원 올라 5500원으로 책정했다. 맘스터치도 버거 4종의 가격을 올렸다.
화장품도 비싸진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숨, 오휘, 빌리프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을 평균 4~5% 인상한다. 최근에는 원유 가격 인상 여파로 유제품 가격이 올랐다.
업계에선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상반기 라면, 빵 등 특정 품목을 대상으로 가격 동결이나 인하를 이끌어냈다.
예컨대 올해 초 소주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기획재정부는 2월 소줏값 인상 요인을 점검하겠다고 했고, 이에 하이트진로는 “당분간 인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었다. 또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서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외식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당시 기업들은 정부 기조에 맞춰 가격 인상을 하진 않았지만 추석 이후부터는 가격을 올리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래도 기업 입장에서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보니 정부 기조에 따라 가격을 동결해 왔지만 원부자재값 인상이 너무 커서 어쩔 수 없이 인상했다”고 말했다.
이에 연말을 앞두고 라면, 과자, 빵 등의 가격도 차례대로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국제 설탕 가격은 연초 대비 50% 올랐으며, 초콜릿 원료인 국제 카카오 가격도 1971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품목에 한해서 가격이 많이 치솟을 때는 정부 차원의 입김이 제대로 작동하겠지만 지금은 모든 품목의 모든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 보니까 정부 물가 안정 조치가 잘 먹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3.8% 상승해 지난 8월(3.4%)부터 3개월 연속 3%대 고물가 흐름을 이어갔다. 동시에 3개월 연속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지난 3월(4.2%)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통해 “모든 부처가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