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정우성 말 잃게 한 박진감…‘서울의 봄’ [들어봤더니]

황정민·정우성 말 잃게 한 박진감…‘서울의 봄’ [들어봤더니]

기사승인 2023-11-09 18:04:55
영화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과 출연 배우 김성균, 정우성, 황정민, 이성민(왼쪽부터). 연합뉴스

12·12 군사 반란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처음으로 베일을 벗었다. 전두환에서 따온 전두광(황정민)과 쿠데타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의 숨 막히는 하루를 박진감 넘치게 그렸다. 김성수 감독을 비롯해 배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김성균은 9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벅차오르는 감회를 그대로 전했다.

“당시 총소리 실제로 들어… 숙제 마친 기분”

‘서울의 봄’은 김성수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담에서 출발했다. 1979년, 당시 서울 한남동에 살던 열아홉 김 감독은 육군참모총장을 납치 사건의 총성을 실제로 들었다고 한다. 이후 10여 년이 지나 사건의 진상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감독은 “하룻밤 사이 군부가 이렇게 쉽게 무너진 게 믿기지 않았다”면서 “그날 겨울로부터 44년이 지나도 늘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 이 오래된 숙제를 영화로 갈음해 보여드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같던 초고에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지며 나온 게 지금 결과물이다. 감독은 극화한 당시 현실을 본 관객이 궁금증을 얻길 바랐다. 김 감독은 “영화를 재밌게 보고 실제 역사에도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전두광 연기, 시나리오에서 답 찾았다”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은 예고편 공개 후 관심을 모았다. 앞서 넷플릭스 ‘마스크걸’에서 주오남을 연기한 안재홍이 원작 캐릭터를 고스란히 재현해 인기였듯, 황정민 역시도 전두환과 흡사한 외형부터 특유의 말투까지 구현해 화제였다. 황정민은 매번 연기할 때마다 4시간에 달하는 특수분장을 거쳤다고 한다. 그는 “시나리오 안에 있던 정답을 분석해 연기했다”고 귀띔했다. 정우성과 이성민, 김성균 또한 관련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각본과 감독 설명에 기댔다. ‘서울의 봄’은 이야기 외에도 배우들이 돋보이는 영화다. 극에서 황정민이 불같이 타오른다면 정우성은 물처럼 조용히 들끓는다. 이들 외에도 60명 넘는 배우들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감독은 “훌륭한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의 향연과 최고의 스태프들이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흡족해했다. 배우들 역시 “기가 빨릴 정도로 집중했다”, “할 말을 잃었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실화 영화, 진실과 허구 비율은…”

12·12 군사 반란을 처음으로 주제 삼은 영화. 그런 만큼 감독은 무거운 책임감을 가졌다. 역사 사실에만 입각하던 초고에서 출발해 신군부 세력의 반란에 끝까지 맞선 참 군인들의 시선을 담은 건 그래서다. 감독은 “진짜 군인의 관점으로 보면 반란군의 승리보다 그들의 잘못을 더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엎치락뒤치락하던 그날 실제 상황을 극적으로 구성하면 관객 역시 재미있게 볼 수 있으리라 믿었다”고 강조했다. 영화에는 사실과 허구가 모나지 않게 어우러져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에 토대를 둔 만큼 감독은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상상하는 데 집중했다. 개별적인 해석을 넣은 만큼 실존인물 이름을 변형해 사용했다. 김 감독은 “정확히 비율을 가를 순 없지만 여러 상상과 해석을 넣었다”면서 “배우들이 각자 방식대로 훌륭하게 표현한 덕에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자부했다. 오는 22일 개봉.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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