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는 보청기의 효과가 환자의 사회·경제적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김영호 교수팀(이비인후과 김영호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한상윤 전임의)은 지난 2020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중증 청력 상실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 작업을 진행한 결과를 24일 전했다.
연구팀은 보청기 착용 후 6개월간 추적 관찰한 환자 66명을 경제적 상태에 따른 상위·하위 그룹으로 나눠 우울증 척도와 사회관계망 척도를 측정했다. 이어 사회·경제적 여건이 보청기 순응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보청기 착용 전 사회관계망 척도 점수에선 두 그룹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착용 후 점수는 경제적 상태가 양호한 상위 그룹에서만 유의미한 개선이 있었다. 우울감 또한 보청기 착용 후 하위 그룹보다 상위 그룹에서 증상 개선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인지 기능에서도 보청기 착용 전후 상위 그룹에서 주의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보였지만 하위 그룹에선 어떠한 척도도 개선되지 않았다.
김영호 교수는 “사회·경제적 상태가 열악한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면 청력 상실의 위험성이 커져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경제적으로도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며 “환자의 삶의 질과 보청기 순응도 개선을 위한 보청기 대여 서비스 활성화, 환자의 사회적 생활 여건 개선 등 사회심리적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상윤 전임의는 “이번 연구는 보청기 착용자 중 사회적 네트워킹이 활발하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사례가 많다는 것을 발견한 뒤 이뤄졌다”면서 “보청기 착용의 이점과 환자의 사회·경제적 상태에 따른 보청기 만족도 변화를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E급 저널인 미국이비인후과학회지 ‘The Laryngoscope’에 게재됐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