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공장) 공실이 넘치고 있다. ‘마피’(마이너스프리미엄)를 부담한 매물마저도 주인을 못 찾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불황, 공급과잉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하남강변미사스카이폴리스’도 빈 상가가 남아있다. 공실률은 약 80%다. 서울 잠실·강남과 인접하고 한강 조망을 갖춘 입지로 각광받았다. 기업은 대부분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관계자는 “사무실은 80%입주했다”라면서도 “상가는 공실이 많다. 한 70~80%”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리가 올라서 수익률이 나빠지니까 (마피를 붙여서) 동시에 내놓는 것”이라며 “공실은 점점 채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천안G1비즈캠퍼스와 천안자이타워엔 계약금 10%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분양권이 나왔다. 하남시엔 매입 시 1500만원을 현금 지원하는 상가 매물도 나왔다.
지식산업센터는 중소기업이나 공장 등이 입주한 아파트형 건물이다.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고 전매제한이 없어서 투자 대체제로 각광받았다. 2019~2021년도까지 분양이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인기에 힘입어 공급도 많이 됐다. 2020년 3분기에만 전국에서 지산 32곳이 신설 또는 변경 승인을 받았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약 78% 증가한 수치다. 남양주시 별내, 고양시 향동 등 지역에 지산이 많이 공급됐다.
세월이 흘러 금리가 오르면서 공급과잉은 악재로 돌변했다. 이자부담으로 투자수요가 위축됐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전국 지산 매매거래는 올 2분기 기준 914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8.2% 줄었다. 거래금액도 3955억원으로 같은 기간 43.3% 감소했다.
투자자들이 지산에 등을 돌리는 문제는 더 있다. 수요가 제한적이다. 지산은 사업자나 기업만 분양을 받을 수 있다. 임대료 상승률도 가로막혀있다. 계약갱신 시 임대료는 최대 5% 이내로 인상이 가능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금성이 낮을 수 있다.
지산엔 또한 일반 주택과 달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된다.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은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경기 고양시 향동지산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심산이다.
분양 관계자는 “향동 5블록만 입주를 시작해서 공실률을 논하긴 이르고 다른 구역도 내년에 입주하니까 내년 6월 이후에나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산 공급이 많지 않았느냐”라며 “입주 시기만 되면 지산 말고도 오피스텔도 일부 마피가 나오긴 한다. 금리 등이 묶여있으니까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실 문제가 모든 지산에 해당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지역과 물건에 따라 편차가 있다는 것. 경기 과천⋅고양, 서울 성수동 등 업무시설이 많은 지역은 땅이 부족해 공급이 어려울 만큼 ‘핫’하다는 후문이다.
모 지산에 입주한 공인중개사는 “상황을 싸잡아서 나쁘다고 말하긴 이르다”며 “오히려 제가 입주한 건물은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건물마다 잘되는 지역은 잘 되고, 안 되는 곳은 안 된다”라며 “지방은 조금 힘들고 서울 영등포나 가산동에도 무피, 마피지만 괜찮은 곳도 있다.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피가 2,300붙었던 매물도 무피로 나오니까 좋은 물건을 잘 골라서 들어가면 좋다”고 투자를 권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