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들이 부족한 인력 수급을 위해 해외 인재에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 연구개발(R&D) 인력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현장직 등에서도 해외 인재 수요가 커지는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반도체 후공정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 해법으로 E-7 비자를 가진 동남아 지역 숙련 인력을 채용 중이다. E-7 비자는 단순 노무 해외 인력이 받는 E-9 비자와는 다르다. E-7 비자를 소지하려면 취업하려는 분야의 학위를 소지하거나 5년 이상의 근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기술 선도 국가다. 다만 이는 메모리 분야에 한정된다.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반도체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시스템반도체 분야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반도체 후공정에 해당하는 패키징·테스트 분야도 현재로서는 해외에 뒤처지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후공정 매출 상위 10개 기업 중 국내 기업은 포함되지 못했다. 국내 후공정 업체 점유율은 6% 수준으로 전해졌다.
인력 또한 부족하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1년까지 국내 반도체 필요 인력은 30만4000명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반도체 인력은 17만7000명에 불과하다. 매년 국내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산업 인력은 약 5000명에 불과, 향후 인력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학령인구 또한 줄어드는 상황에서 해외 인력 수급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반도체 숙련 인력은 인도와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도 다수 분포돼 있다. 해당 국가에는 인텔과 마이크론 등 반도체 대기업의 공장이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전세계 반도체 후공정 시장 점유율의 13%를 차지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숙련된 반도체 인력을 데려오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조금씩 절차가 개선돼 가고 있다”면서 “중소 반도체 기업의 부족한 인력 수급을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력난 등에 해외 진출에 나선 중견·중소 반도체 기업도 있다. 동남아시아 등 현지에 생산거점 또는 법인을 만드는 것이다. 하나마이크론과 앰코테크놀로지, 한미반도체, 에이디테크놀로지 등이 대표적이다. 인력난을 해소하고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반도체 관련 네트워킹도 더욱 확장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은 미주지역에서 반도체 우수 인력 확보에 주력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2023 SK 글로벌 포럼’을 열고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우수 인재들을 초청, 기술동향을 논의하고 채용 등을 연계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2016년부터 글로벌 반도체 인재 발굴 및 양성을 목적으로 ‘테크&커리어(T&C)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미국 텍사스대학교와 파트너십을 체결, 현지 반도체 인력 양성에 나섰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