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1982년까지 부랑아 교화 명목으로 4700여명 소년들에게 강제노역과 구타, 가혹행위 등 인권을 유린한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한 데 이어, 경기도가 선감학원 옛터에 역사ㆍ문화공간 조성을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경기도는 내년도 본예산안에 ‘선감학원 옛터 보존ㆍ관리 및 활용계획 수립 연구’ 용역비 1억5000만원을 편성해 유적지 보호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도는 용역을 통해 안산시 선감동 460-1 일원 선감학원 옛터 및 건물 11개 동에 대한 현장조사 및 보존ㆍ활용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해당 부지를 희생자들의 고통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역사ㆍ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연차별 추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한 선감학원 옛터 보존과 관련한 역사ㆍ사회ㆍ문화적 가치 등을 분석해 근대문화유산 등록도 병행할 방침이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해 10월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김 지사는 당시 “선감학원은 40년 전에 문을 닫고 사라졌지만, 지방자치 시행 이전 관선 도지사 시대에 벌어진 심각한 국가폭력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으신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경기도지사로서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사과는 선감학원 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이 이뤄진 후 경기도 차원의 첫 공식 사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경기도는 김 지사의 사과를 계기로 ‘선감학원 사건 치유 및 명예회복 종합대책’을 마련해 피해자 생활 지원과 의료서비스 지원 등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도는 올해 3월 도내에 거주하는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피해자에게 500만원의 위로금과 월 20만원의 생활안정지원금 지급을 시작했다. 선감학원 같은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위로금 지급은 최초다.
사업 시작 당시인 3월 말 총 131명이 신청해 경기도 선감학원사건 피해지원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입증미비, 사망, 관외거주, 거주불명 등 8명을 제외하고 123명이 지원 대상자에 선정됐다. 1분기 123명이던 지원 대상자는 올해 말까지 총 194명으로 늘어났다.
도는 지원금 외에도 도내 거주 피해자를 대상으로 경기도의료원 연 500만원 한도 의료서비스와 도내 상급종합병원 연 200만원 한도 의료실비 등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금 지원과 함께 경기도는 선감학원 피해자 치유와 명예회복 지원의 구심점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2월 선감학원 피해자지원센터를 수원 팔달구 경기도청 구청사 구관 3층으로 이전했다.
2020년 4월 안산 선감동 경기창작센터 내에 피해자신고센터를 설치했지만, 시 외곽에 위치해 접근성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현재 선감학원 피해자지원센터는 피해사례 접수와 피해자 정서안정 지원을 위한 개인ㆍ심층상담, 트라우마 해소를 위한 치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개인ㆍ심층 상담으로 160명, 트라우마 치유에 102명의 피해자를 각각 지원했다.
한편 도는 다른 지역 거주 피해자들에게도 지원금 등이 지급될 수 있도록 지난해 12월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건의했다.
다만 희생자 유해발굴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국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면 도는 행정 지원할 방침이나, 피해자 단체에서 조속한 유해발굴을 요청함에 따라 일정 기간 내에 정부에서 책임을 다하지 않을 경우 도가 직접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마순흥 경기도 인권담당관은 “선감학원 피해자들에 대한 최고의 예우는 잊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생활비 지원은 물론 추모사업들도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김태영 기자 ktynews@kukinews.com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