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비대위원장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에 선출될 경우 당정관계 문제로 좀비정당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내에서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가능성에 대해 ‘정치력’ 문제가 꼽혔다. 비대위원장 자리가 정치력을 요구하는 만큼 증명된 인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표적인 친윤 인사인 만큼 당에 좋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당정관계 문제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후보의 참패 후 언급됐다. 윤 대통령이 사면한 김 후보는 17.15%p 차이로 진교훈 강서구청장에게 패배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힘 혁신위원회(혁신위)가 설립됐지만 해산 전까지도 ‘당정관계’를 다루지 못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 수직적 당정관계를 개선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사퇴했다.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가능성에 국민의힘 인사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경험 많고 큰 판을 다뤄본 사람을 영입해 비대위를 만들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 아바타를 다시 당대표로 만들어 선거가 되겠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실패가 바로 그런 게 아니었냐”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한 장관은 정치 신인이지만 우리 당의 유력한 차기주자다. 당이 잘 키워내야 한다”며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는데 온갖 풍상을 맞아야 하는 비대위원장은 한 장관을 조기에 소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국민의힘이냐 용산의 힘이냐”며 “왜 짜고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미느냐”고 말했다.
또 “북한에서 김주애를 샛별 여장군이라고 했는데 우리 당에서 새로운 김주애를 올리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주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셋째 딸이다.
당내 갈등도 커지고 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YTN의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비판을 할 수 있지만 비윤계·비주류 분들이 기본적으로 싸가지가 없다”며 “우리 당 큰 자산을 왜 이렇게 깎아내리는 거냐. 쓰는 단어를 보면 아바타와 김주애가 왜 나오냐”고 받아쳤다.
전문가는 윤 대통령이 ‘당정관계’ 보다는 차기 주자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정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되지 못하면 ‘좀비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1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을 키우겠다는 의중이다”며 “한 장관이 중도층에 확장성은 없지만 보수층에게는 굉장히 설득력 있는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당정관계의 회복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선출직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해 정치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모를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정치가 엉망이 됐다. 한 장관을 차기로 내세워 안전판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당정관계가 무너지면 좀비정당으로 이어진다”며 “당이 자의적인 정치를 이어나갈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