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 만에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추진한다. 도서정가제와 대형마트 영업 규제 개선에도 나선다.
정부는 22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국민 참여자 및 전문가 등과 함께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다섯 번째, 생활규제 개혁’을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단통법 △도서정가제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해 정부 개선 방향을 보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 추진을 결정했다. 지원금 공시와 추가지원금 상한을 없애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국민들의 휴대폰 구매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보조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통신비 절감 혜택을 주는 선택약정 할인제도를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요금할인을 받는 소비자의 혜택은 지속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해 소비자가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4년 제정됐다. 그러나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이 위축돼 국민들이 저렴하게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등 소비자 후생이 감소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웹툰과 웹소설 등 웹콘텐츠의 도서정가제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으로 개선안이 추진된다. 웹콘텐츠에는 자유로운 할인이 허용된다는 뜻이다. 도서정가제는 판매 목적 간행물의 정가를 표시, 소비자에게 정가대로 판매하는 제도다. 정가의 15% 이내에서만 가격 할인이 가능하다. 도서정가제는 지난 2003년 서점간 과도한 할인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회차당 구매하는 웹콘텐츠에 적용될 시, 산업의 성장 토대를 흔들고 소비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함께 영세 서점에 한해서도 도서정가제를 유연화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정부는 출판·서점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도 개선된다. 국민의 쇼핑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 원칙을 삭제한다. 의무휴업 평일 전환을 가속화하고,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법 개정 통과를 위한 국회 협의를 지속, 새벽 배송 가능 지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는 영업을 할 수 없다. 월 2회 의무 휴업을 실시하는데 공휴일 휴무가 원칙이다. 다만 이해 당사자와 합의를 거치면 평일 전환이 가능하다. 또한 영업제한시간과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당초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됐으나 국민의 불편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일었다.
다만 정확한 시행 시점은 발표되지 않았다. 3가지 규제 모두 법 개정이 함께 추진돼야 하는 사안이다. 21대 국회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되면 해를 넘겨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오후 합동브리핑에 참여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시행 시점에 대해 묻자 “국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 “구체적인 시점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각자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등의 모호한 답을 내놨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